“자식놈이 웬수가 따로 없구나…”아들에게 전재산 뺏기고 집까지 욕심내는 아들, 남편이 건넨 ‘한마디’에 아내는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저녁노을이 풀어놓은 황금빛 호수 같은 텃밭에 상추를 따서 저녁을 차리려는데 아들 내외가 퇴임을 축하드린다며 찾아왔습니다.

아들 내외는 저녁을 함께 한 후 다짜고짜  지금 하는 식당이 비전이 없다며 지인의 소개로 떼돈 되는 사업이 있는데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 내외를 돌려보내고 깊은 시름에 빠진 내외는 서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밤잠을 못 이룹니다.

이렇게 노부부는 결국 아들의 사업 자금을 입금해 줍니다. 아침 일찍 송금을 하고 들오는 남편 아내를 보고선 “자식은 저승에서 온 빚쟁이라 더만…” 한마디를 건넵니다.

번질나게 사들고 부모님 집을 드나들던 아들 내외의 발걸음이 뜸해지든 해 밤늦게 빚쟁이들에게 쫓긴다며 도피자금을 달라는 아들놈 아버지는 어이가 없어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엄마를 붙들고 온갖 애원을 하는 아들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엄마
“그래  밥은 먹었어”
“엄만 지금 밥이 문제야”

노모는 말합니다.
“날 밝으면 아버지 설득해 볼 테니깐 어이 들어가 쉬어”

아버지는 “이 집은 절대 안 된다”
“네 할아버지 때부터 4대가 내려온 집이야”
“절대 팔수 없다”

단호한 아버지 말에

“아버지도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거잖아요”

“저도 손자인데 권리가 있잖아요”

라는 말에 빰을 후려치는 아버지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안절부절못합니다.

“아버지 죽어도 절대 안 올 거예요“ 라며 대문을 박차고 나가버립니다.

아들은 노부모에게 집을 팔아서 돈을 안 해주면 확 죽어버린다고 얼음짱을 놓습니다.

노모는 남편을 설득합니다. 아들이 살고 봐야지 이 집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아들이 죽게 생겼다고 아버지를 설득합니다.

냉골이 다 돼버린 집안에 사흘이란 시간은 일 년보다 길어 보입니다.

오늘도 며느리한테 온전화를 들고선 밖으로 나가는  어머니는 무슨 말인가에 강한 결심을 한 듯 남편 앞에서 짙은 어조로 첫말을 띄웁니다.

“주셔요 네 몫”

“오늘 이혼하러 갑시다”

“당신 정말  이렇게까지…”

마음 맞춰 정 주고 살 자든 아내가….
말없이 눈물을 훔쳐낸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옵니다.

“갑시다 법원으로”
법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운전석 앞에 앉은 남편과 뒤 문 옆에 앉은 아내 사이엔 적막이 흘러갑니다.

운전석 후방 거울너머로 보이는 아내의 표정은 슬픔으로 군불을 지핀 듯 어둡고 냉담함이 교차하는듯 합니다.

가슴에 응어리를 안으로 녹이면서 법원을 나서는 두 사람

“임자 거처할 곳은 있소”

남편의 말에

“걱정 말아요 애들이 좋은 집 마련해 준다 했으니”

앞으로 아픔이 낳은 이 시간이 지나는 자리마다 익숙한 것과 헤어져야 할 아내가 먼저 마음 쓰이는 남편입니다.

나에게 아내란 새에게 하늘과 같은 것…
원하지 않는 이별을 자식 땜에 하게 되는 순간이 살면서 오리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허망함을 속내로 감추고 지난날 회한의 정을 눈가에 이슬로 매단 채 다른 길로 걸어가는 두 사람 35년 결혼생활이 이렇게 허무하게 깨어지는 게 믿기는 않는 남편은 내 맘과 다른 무정한 당신이 빈 하늘로 남겨준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허접한 선술집에 앉아 굳어가는 혀끝을 술로 적셔내며 듯하지 않은 이별 앞에 눈물과 절망을 술잔에 담습니다.

아내를 기다렸든 아들 내외는 엄마가 건네는 돈을 건네 받으며

“엄마 걱정 마”
“이것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장사는 대박이야”
“어머니 저희가 생활비 섭섭지 않게 매달 보낼게요”

처음 몇 달간은 말 없어도 들오든 생활비가 한 달을 건너 띄더니 이제는 들오질 않습니다.

공공 근로와  막일로 연명하며 딸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간신히 연명하듯 살아내기도 빠듯합니다.

손주가 보고 싶어 하루는 아들집에 가게 됩니다.

비정한 며느리는 냉담하게 말합니다.

“왜 말도 없이 찾아오고 그래요”
“장사 잘되면 보낼 테니 오지 마셔요”
“아니다 아가”
“손주 놈도보고 싶고 아비도 보고 싶고 해서 온 거여”
“돈 때문에 온 건 아냐”
“됐고요 애도 학원 다닌다고 바빠 저도 얼굴 못 본 지오랬됐어요”

며느리는 냉몰차게 내뱉고는 쫓기듯 돌아서 들어가 버립니다.

며칠이 흐른 어느 날 딸이 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의 병원비 때문입니다.
말없이 따라나선 아버지는 병원비를 계산하고  아내가 있는 병실로 들어옵니다.
남편은 아내의 얼굴을 보자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얼굴을 합니다.

“여보”

내가 그때 이혼에 응해 준 것은 이렇게라도 해야 절반이라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오..

이제서야 남편의  진심을 알게된 아내는 눈물만 흘립니다.
남편은 슬픔에도 시들지 않는 꽃처럼 아내를 감싸안습니다.
그 돈으로 작은 아파트를 구입해서 지내고 있으니 우리 두 사람 작지만 살 수 있어

“같이 합칩시다”

아내와 헤어진 뒤 남편의 하루는 바람을 배고 잠든 날들이었기에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허기지고 찌든 집을 며칠 전부터 도배랑 집 안 청소에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남편이 아내의 짐을 가지러 오기로 한날입니다.
아내는 이사 갈 준비에 도우러 온 딸과 함께 집을 꾸린다고 분주한 모습입니다.
약속된 시간을 지나도 남편은 오질 않습니다.
딸이 여러 번 전화를 해도 아버지는 받질 않습니다.
두 사람은 황급히 남편의 집으로 달려가 보니 아내를 찾다 끝내 누르지 못한 채 펼쳐진 전화기를 손에 진채 남편이 죽어있었습니다.

원인은 “심장마비”

아내와 이 집에서 같이 살 그날만을 기다리다 그날이 되는 날 남편은 세상을 따나고 말았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러 집으로 온 딸과 아내의 눈앞에 책상 위에 서류 한 뭉치가 있습니다.

아내와 이별을 하든 그날의 참담함을 담은 한 글자 한 글자 기억 맨 밑바닥으로 시작되어 아내와 합치기로 한 전날의 기쁨까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오란 종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등기부등본] 소유자는 아내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노모는 남편이 남긴 저 집을 아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요? 아들도 무심하지만 노모도 참 무심한 아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