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축의금으로 13000원을 보낸 어떤 친구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10년 전 저의 결혼식 날 설레는 마음으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어릴 적 고향 친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하지만 결혼식이 다 끝나가도록 친구는 오지 않고 있었고 저는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거친 숨을 헐덕이며 예식장의 계단을 급히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8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버려네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는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석민이 아빠는 오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대신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끝나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습니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뒤집어쓴 채 등 뒤에 아가는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친구 놈의 편지에는..
친구야 내가 못 가서 미안하다 대신 아내를 보낸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이기에 ….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들 녀석이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하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 간다…철환이가 장가를 간다… 너무 기쁘다.
아내 통해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이쁜놈들만 담았서 보낸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해남에서 친구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친구가 거리에서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난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데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걸까..

새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 ..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마음 아파할까 봐..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크게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나는 어깨를 출렁거리며 결국 울어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