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자식 교육을 잘 못 시켜서 그렇습니다.“
어릴 적 남편은 엄청 개구쟁이였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사고를 하도 치고 다녀서 아버님께서 매번 뒷수습하고 다니셨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날은 골목에서 놀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트럭에 사고가 날 뻔한 걸 아버님이 보시고 구하다 부딪치셨는데 그것 때문에 지금도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고 계시다고 하는데요.

아버님은 제 남편을 늦둥이로 낳으셔서 지금 아버니님 연세가 68세입니다.
저희 아버님은 한 갑이 넘은 60세 나이에도 막일을 하시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고생만 하셨습니다.
남편은 군대를 제대하고 26살까지 놀고먹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노가다를 오래 하다 보면 시멘트 독이라고 하나요? 손도 다 갈라지고 겨울이 오면 여기저기 몸이 아프시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모아 오신 재산으로 마련하신 조그마한 집도 아주버님이랑 남편 결혼할 때 집 장만하느라 팔아서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버님은 아들들 결혼 후에 전세방에 얻어 사셨는데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 아버님 혼자 계신 걸 보니 마음이 아파서 남편은 눈물이 자주 난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남편 혼자 벌어서 겨우 150만 원으로 저축 한 푼도 못하고 겨우겨우 살아가야 하는데 아버님까지 모시려면 반찬도 신경 써야 하고 여러 가지로 힘들 거 같았습니다.
그때 저도 임신 3개월 이였거든요
하지만 형님네 부부는 지금 나쁘다고 동생인 우리 부부더러 아버님을 모시라고 합니다.
결국 우리가 모시기로 하고 아버님을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아버지는 늙어서 자식 눈치보기 싫다며 거절을 하셨지만 남편이 우겨서 모시고 왔어요.
우리 아버님… 매번 반찬 신경 써서 정성껏 차려 드리면… 그걸 드시면서도 엄청 미안해하셨습니다
가끔씩 고기반찬이나 맛있는 거 해 드리면 안 잡수시고 두셨다가 남편 오면 먹이더라고요.

어쩔 땐 저 먹으라고 일부로 드시지도 않고..그리고 식사하시면 곧바로 들고 가셔서 설거지도 하십니다.
하루는 장보고 집에 왔는데
” 어.. 아버님 지금 뭐 하세요? “
” 아.. 그냥 할 일도 없고 해서 청소 좀 하려고”
저는 너무 속상해서 짜증을 내며 말했습니다.
“아니 왜 아버님이 걸레질을 하세요”
“얼른 이리 주세요 빨리”
아버님은 …
“아휴 괜찮데도 내가 이게 편해서 그래”
아버님 정말 왜 그러세요.. 빨리 주세요 결국 끝까지 다 청소하시더라고요
제가 왜 모르겠어요… 이 못난 며느리 눈치 보시느라 그렇게 행동하시는 거 다 압니다.
저도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요.. 남편이 몰래 아버님께 용돈을 드려도 그거 안 쓰고 모아 두셨다가 제 용돈하라고 주십니다.

아버님께서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때쯤 들어오시더라고요…어디 놀러라도 가시는 거 같아서 용돈을 드려도 받으시지도 않고 그렇게 매일을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어제 이웃집 아줌마가 ….
“오다가 이 집 할아버지 봤는데 유모차에 박스 실어서 가던데?”
네!?

그 말을 듣자마자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아버님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안 보이시더라고요..너무 죄송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어.. 여..보.. 아까 주인 아줌마 만났는데…”
” 어 왜 울어 ?”
“아버님이….”
(침착하게 말해봐)
“아버지 찾으러 갔다올게’
평소보다 일찍 들어온 남편도 그 말만 남기고 바로 나가버렸어요.
제가 바보였어요.. 진작 알았어야 하는데..
며칠 전부터 아버님께서 저 먹으라고 봉지에 들려주시던 과일이며 과자들이며..
아버님께서 어떻게 일해서 사 오신 것인지를..못난 며느리 눈치 안 보셔도 되는데 그렇게 불편하셨던지..
아들 집 오셔서도 편하게 못 지내시고 눈치만 보시다가 불편하신 몸 이끌고 그렇게 일하고 있으셨다니..
친정에 우리 아빠도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해서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남편 나가고 한 시간 좀 넘어서 남편이 아버님이랑 들어 오더라고요
아버님 오시면서도 제 눈치 보시면서 뒤에 끌고 오던 유모차를 숨기시는 모습이 왜 그리 마음이 아플까요..
오히려 죄송해야 할 건 저인데요 …
“아버님.. 정말 죄송해요…”
“매일 나 때문에 내가 미안하다”
아버님 손 첨 만져 보았습니다…
심하게 갈라지신 손등과 굳은살 베인 손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남편은
” 아버지 제발 그런 일하지 마세요”
” 제가 더 열심히 일해서 벌면 돼요 네?”
방안에 모시고 가서도 죄송하다며 그렇게 펑펑 울었습니다…
아버님 식사 챙겨 드리려고 부엌에 와서도 눈물이 왜 그리 그치지 않던지요…

셋이서 오붓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 먹는 데도 아버님 손을 보면서 자꾸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오늘 남편이 노는 날이라 아버님 모시고 시내 나가서 날이 좀 쌀쌀하니 아버님 잠바 하나랑 신발 한 켤레를 샀습니다
“아휴 난 괜찮대두 집에 잠바 있어”
“아버님 자꾸 그러시면 제가 아버님 눈치 보여서 힘들어요”
하하하
“그래.. 고맙다 잘 입을게”
“여보 나 평생 아버님 정말 친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모실게”
비록 지금은 아버님께서 불편해하시지만…언젠가는 친딸처럼 생각하시면서 대해 주실 때까지 정말 잘 할거야
마지막으로 아버님… 저 눈치 안 보셔도 돼요.. 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는 아니잖아요…
저 아버님 싫어하지 않고 정말 사랑해요 아버님.. 그러니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돼요…
사랑해요 아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