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추운 겨울날 집으로 월급을 압류하겠다는 등기우편이 날아왔다 .
술자리에서 남편은 친구에게 보증을 서주게 되었고 그런 친구가 사업이 부도가 나서 도망가 버리고 그 빛은 고스란히 보증을 선 남편에게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는 그 당시 엄청난 큰돈을 한 번도 만져 본적도 없는데 3000만 원이라는 큰 빛을 떠안고 말았다.
큰달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고 그 밑으로 두 살 터울 아기가 셋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고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한 현실에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었다.
재산이라고는 어렵게 마련한 집이 전부였고 남편은 집을 팔아서 급한 빚을 갚고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와 새롭게 시작을 해야 했다.
학교에서 우등생이었던 큰딸은 어려운 집안의 도움이 된다면서 야간 고등학교에 다녔고 둘째 시누이는 이삿짐을 싣는 내게 50만 원을 주면서 급한 대로 쌀과 연탄을 사라고 했다.
남편은 힘든 농장을 해야 했고 나 또한 파출부 일을 하면서 어려움 살림을 꾸려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행방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 부부는 모든 일을 제쳐 두고 급히 달려갔다.
도망간 친구는 집들이 빼곡히 산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달동에 살고 있었다 .
겨우겨우 힘들게 걸어서 걸어서 찾아간 친구 집에 친구 부부는 일가고 없었고 어린아이들만 세 아이가 라면 하나를 끓여 서로 먹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우리는 빚지고 도망갔다는 말에 놀라서 눈물조차 흘릴 겨를이 없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밥도 못 먹고 있는 친구 아이들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그래 큰딸이 야간 야간 고등학교에 다녀도 ,풍족한 살림이 아니더라도 우린 먹고는 살았잖아”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달동네를 내려와 라면 두 상자를 샀다.
쪽지에 남편 친구에게 우린 원망 안 해요 언젠가 웃으면서 만나요. 라고 적어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벌서 세월이 흘러 자식들은 모드 결혼을 시켰고 사는 게 바빠서 우리부부는 그 친구를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건장한 청년이 집을 찾아왔다. 우리를 보자마자 넙죽 절을 하더니 30년 전 사 주신 라면 먹고 이렇게 자랐다면서 자신은 남편 친구 장남이라고 소개를 했다.
남편 친구는 3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남편에게 빚을 꼭 갚아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고….
장남은 아버지는 죽기 전에 갚아야 했는데, 미안해서 면목이 없다. 라며 아버지는 편치 못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고 말한다.
그 청년은 3000천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고 우리 부부는 이걸 받아야 하나 망설이는데 ….
“아버지가 이제 빚 갚고 편히 갈수 있게 받아 주세요” 라며 장남은 봉투를 놓고 나가버렸다.
남편은 멍하니 하늘만 보고 서있었고 …
나는 먹먹한 마음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남편 친구는 30년 전 빚 때문에 많이 힘들었나보다. 나와 남편은 당신들 아이들을 보고 온 날 이미 빚을 잊었는데 말이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던 남편 친구는 30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하루도 편하게 살지 못한 것 같았다.
웃으면서 만나자는 약속,우리 이제 하늘에서 지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