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빠와 둘이 살아요. 엄마는 아빠가 택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자 우리를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아빠는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 사고로 다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우리 아빠는 오른쪽 다리가 무릎까지만 있습니다.
사고 당시 어떻게든 수술을 두 번 했지만 아빠 다리는 이미 고칠 수 없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철없던 저는 아빠의 한쪽 다리가 없는 모습이 창피하게 느껴졌습니다.
잘 걷지도 못하고 목발을 짚고도 심하게 절뚝거리며 가만히 오래서 있지도 못했거든요.

저는 아빠랑 외출하기도 싫어서 아빠가 같이 외출하자고 하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만 했습니다.
아빠랑 같이 밥 먹는 것도 싫어서 혼자서 라면 끓여 먹고 아빠가 심부름을 시키면 못 들은척 방에서 자는척 했어요
저는 아빠를 다리 없는 모습이 너무 싫어서 차라리 아빠 없이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습니다.
저는 다리가 불편해서 혼자서 못하는 일이 많았고 그럴때 마다 저를 시켰거든요 저는 심부름이 하기 싫어서 아빠는 다른 아빠들처럼 자식을 도와주는게 아니라 제가 아빠를 챙기고 돌봐야 하는게 정말 화가났습니다.
저는 아빠가 밥 좀 차려 달라고 하면 왜 맨날 나보고 시키냐고 혼자서 투덜거리며 억지로 밥상을 차려드리고 밥도 같이 막기 싫어서 방에서 혼자 먹곤 했습니다.
리모컨 같은 거 집어 달라고 하시면 왜 나만 시키냐고 소리 지르면서 리모컨 집어던지고 그러고는 방에 들어가서 심술부리고 했습니다.
하루는 아빠가 반항심이 많은 저를 달래주시려고 불편한 몸으로 멀리까지 가서 머리핀하고 머리 고무줄을 사 오셨습니다.
저는 촌스럽다고 안 한다고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는데 학교에 갔다 오니까.

아빠가 쓰레기통에서 주어서 제 책상에 올려 났더라고요.
저는 아빠에게 버린 걸 왜 주었냐며 짜증을 내면서 책상 구석에 처박아 두었어요.
그렇게 저희 아빠는 하나밖에 없는 딸 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 가슴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가난했던 우리는 양발 하나 사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었죠 아버지는 양말이 전부 구멍이 났다고 하시면서 저더러 꿰매달라고 하셨어요.
다리가 불편하셔 바느질하기가 어려운 아빠는 저한테 꿰매달라고 하기가 미안했는지 주저리주저리 핑계를 대시면서 착한 우리 딸이 양말 좀 꿰매 주면 안 될까 하면서 멋쩍은 미소로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내가 무슨 아빠 하녀라고 생각하냐면서 그 양말을 받아서 휴지통에 던져버렸어요.
아빠는 그래도 빙그레 웃으시면서 우리 딸이 그동안 힘들었나 보구나. 하시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아빠는 휴지통에서 양말 주워다가 구멍 난거 그냥 그대로 신으시고 일이 있다면서 나가셨어요.
그날 저녁 화를 풀어주시려고 제가 좋아하는 통닭을 사가지고 오셨는데 전 일부러 없는 척하고 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컴퓨터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갔다 와보니 아빠는 어디 갔는지 없으시고 식탁 위에 싸늘하게 식은 통닭이 올려져 있더라고요.

저는 통닭이 식었다고 화를 내면서 통닭을 먹었어요
근데 계속 먹다 보니까 쌀쌀한 날씨에 얇은 티셔츠 하나 입으시고서 배고플 텐데 나 준다고 통닭도 안 드시고 다리도 구부리지 못해서 앉아 있으시지도 못하시고 계속 서 있다가 누웠다가 나를 기다리시던 아빠를 생각하니까.
그냥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밥 하나 혼자 못 차려 먹어서 매일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을 시키시는 그런 무능력한 아빠인데…
한쪽 다리도 없어서 잘 걷지도 못하는 그런 장애인 아빠인데…
그런 무능하고 장애인 아빠인데도 이상하게 막 눈물이 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혼자서 통닭을 먹을 수가 없어서 통닭을 쿠킹호일에 그대로 다시 포장해서 아빠 오시면 드시라고 옆에 포크랑 물컵이랑 차려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제 방으로 들어와서 아빠를 기다렸습니다. 저녁이 되고 밤이 되어도 아빠가 안 오셨어요
그 순간 전화기에 벨이 울리기 시작하고 저는 당연히 아빠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병원이라면서 아빠 이름을 말하면서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아빠라고 말했어요.
간호사는 아빠가 선물 꾸러미 같은 걸 들고서 횡단보도를 목발 짓고 건너다가 차에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저는 끝까지 듣지도 않고 병원만 확인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어요.
다리를 못쓰는 아빠가 창피하고 싫어서 아빠가 없었으면 차라리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빠가 나에게서 없어진 거예요.

저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식탁 위에 아빠 먹으라고 차려 놓은 식은 통닭을 보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빠 들어 오시면 드시라고 차려났는데..”
“아빠가 오셔서 맛있게 먹으라고 차려 놨는데…”
“저렇게 준비해 뒀는데…”
“흐르는 눈물은 몇 시간 동안 계속 나왔어요.”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전화기 옆에 기대어 놓은 아빠의 목발…
그리고 책상에 놓여있는 돋보기안경..
저는 평소에 그렇게 싫고 던져버리고 싶었는데…
아빠는 지금이라도 저 문을 열고 절뚝거리며 들어올 것만 같았어요.
혼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혼자서 집에 있는 게 너무 무섭고 겁이 났어요.
정말 세상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들어서 울고 또 울었어요.
전 다음날 퉁퉁 부은 눈을 뜨고 병원으로 찾아갔어요.

아빠가 선물한 머리핀과 머리 고물줄로 머리를 묶고 병원으로 갑니다.하지만 아빠를 만날 수 없었어요
아빠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좋아하실 텐데 …이쁘다고 하실 텐데…
아빠가 영안실에 있어서 볼 수가 없었어요.
저는 아빠 얼굴을 떠올려 보아도 아빠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아빠가 목발 집고 걸어가는 모습만 자꾸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인 줄 알았으면 아빠 얼굴을 매일매일 보았을 텐데…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신 날 심술부리느라
밥도 같이 못 먹고 … 저는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서 막 카메라 필름처럼 지나갔습니다.
저는 영안실 의자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제 아빠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
아빠에게 밥을 차려 드릴 수도 없고…
아빠의 양말에 구멍을 꿰매줄 수도 없습니다.
아빠는 그렇게 이제 저만 혼자 남겨두고 떠나셨습니다.
아무리 후회하고 나 자신을 원망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저에게 아빠는 언제나 든든한 오직하나 뿐이 온전한 내 편이었다는 걸 왜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요.
아버지 죄송합니다. 못난 딸을 용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