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부모님이자 친구 같은 언니가 한 명 있었습니다.
중학교 3년 졸업식에 언니가 왔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님이 아닌 언니가 왔어요.
저는 창피하고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양손에 꽃들 들고 돌아가는 아이들과 달리 제 손에는 초라한 꽃 한 송이와 허름한 옷의 언니만 있었으니까요.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이럴 바엔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언니의 사랑을 이해하기엔 전 너무 어리고 어리석었습니다.
나보다 겨우 4살 많은 우리 언니는 동생인 저 때문에 가고 싶었던 대학도 포기하고 일만 했습니다.
내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 힘들 일도 마다하고 일만 했습니다.
다 나 때문인데도 자신을 꾸밀 줄도 모르고 사는 언니가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우리 언니는 항상 먼지가 잔뜩 묻고 지쳐 분한 옷만 입고 다녔습니다.
하루는 비가 내렸어요. 언니는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언니를 보고 너무 창피해서 기다리다 지친 언니가 집으로 갈 때까지 몰래 숨어서 기다린 적도 있었어요.
그때 저는 언니가 어떻게 돈을 벌어서 나를 먹이고 입히고 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아침 커다란 비닐봉지를 언니는 하나 내밀었습니다.
비닐봉지 안에는 언니가 일하는 공장에서 만든 빵이 들어있었고 언니는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말했습니다.
철없는 저는 집에서 나오자마자 비닐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저는 그 빵을 공장에서 구걸해 온 느낌이 들어 비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길을 가는데 우연히 언니와 마주쳤습니다.
언니는 활짝 웃으면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언니는 낡은 공장 작업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저는 저도 모르게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언니가 저를 쳐다보는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언니는 저와 친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요. 잘못 본 것 같다고 죄송하다며… 걸어가던 언니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언니가 사준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언니는 감기가 걸린 것 같다며 올 때 약 좀 사 오라고 했어요.
언니가 걱정되긴 했지만 심부름시키는 언니가 얄미워서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놀다가 저녁 늦게서야 약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날따라 온기가 없는 방안 한구석에 언니가 쓰러져있었습니다.
언니는 얼굴이 창백했고 손을 떨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119에 신고를 했고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 선생님은 너무 늦었다는 표정으로 흰 천으로 언니를 덮어버립니다.

저는 너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의사 선생님에게 왜냐고 물었지만 선생님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눈물이 났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내가 왜 아픈 언니를 두고 친구들과 놀다 들어갔을까? 아무리 자책해도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왜 마지막까지 언니에게 그렇게 못되게 행동했을까? 아무리 후회해도 언니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저는 언니의 눈물을 볼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언니의 고운 손이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언니의 목소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언니의 그 허름한 공장 작업복이 나를 위한 사랑임을 알면서도 창피해한 내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 고맙다는 말 한 번도 못하고 바보 같은 동생은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