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다니는 학교에는 유치원이 딸려 있었고 특수학급도 따로 있었습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고 저는 새로 만나는 짝꿍이랑 인사하는 시간이었어요.
나의 짝꿍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여자애였어요.
뭐 그때는 장애가 뭔지도 몰랐고 너무 어린 나이라 별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저는 그 친구의 도우미가 되었어요.

그때는 솔직히 봉사라는 개념 보단 선생님이 주는 선물이나 칭찬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친구는 우리 반과 특수학급을 오가면 수업을 받았습니다.
늘 자리에서 사라져서 복도에 돌아다니거나…화장실에 숨어있는 걸 내가 찾아서 데리고 들어오곤 했어요.
친구는 항상 미니 쓰레받기 세트를 가져가서 막 여기저기 쓸고 있었거든요.
내가 가자고 하면서 끌어당기면 안 간다고 버티곤 했어요.
짝꿍은 얼마나 힘이 센지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도 있었어요.
친구는 소중히 아끼던 동전지갑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그걸 건드리면 막 실내화를 던지면서 화를 내곤 했어요.
하지만 저는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고 전학 가는날 교실 앞에서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그날은 저에겐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짝꿍 엄마가 선생님께 들은 건지 수업이 끝나고 우리 반에 찾아오셨는데 대뜸 나한테 오시더니..

내 손을 꼭 잡고선 ..
” 정말 고맙다..”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서…”
“그동안 너무 고맙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어른의 감사에 당황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미쳐 짝꿍인 친구에게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가려 했어요.
갑작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그렇게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던 동전지갑을 저를 주는 거에요.
선물이라며 그걸 저한테 선뜻 내주었어요. 다음에 보자면서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많은 감사도 받아보고 도움을 준 적도 많지만 자기가 가진 전부를 준 내 짝꿍만큼 내게 감동을 준 무언가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이제는 낡아버렸지만 가끔씩 꺼내보고 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짝꿍의 개구리 모양 동전지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