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몸이 아파 학교에 자주 오지 못하는 여자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 애는 가끔 학교에 왔다하면 바로 조퇴를 하여 이 아이만 집에 가다니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그 아이의 일기장을 전달해야만 했다.
그 애의 엄마로부터 일기장을 받아 선생님께 전달하고 다시 받아 전달하기의 반복이었다.

‘왜 내가 이런 귀찮은 일을 해야 하는 거야’ 라며 항상 투덜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그 애의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일기장에는 얇고 힘없는 글씨로 페이지 가득 이렇게 적혀있었다.
“오늘도 계속 집에서 잠만 잤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
“창문너머로 여자애들의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나도 같이 놀 수 있을까?”

충격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건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고 아프니까 혜택을 받는다고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일기장에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슬픔과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왠지 모르게 매일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는 것이 그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일기장에 몰래 글을 남겼다.
“기다리고 있을게 몸 다 나으면 같이 놀자!”라고…
다음날 아침 일기장을 전해주러 갔다.
“이제 일기장은 가져오지 않아도 된단다.”라고 그 아이의 엄마가 말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그 무렵 장난꾸러기에 머리도 나빴지만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아주머니는 말씀하셨다.
딸은 천국에 갔단다 이젠 같이 놀 수 없단다. 나는 눈물이 넘쳐흘러 멈추지 않았다.
계속 울고만 있는 나에게 일기장을 주셨다.
딸을 잊지 말아 달라고…. 나는 서른 살이 되어간다.

그때의 일기장은 나의 책상 깊숙이 넣어 둔 채로..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여러 일들이 있었다.
때로는 울고 싶고 힘든 일의 연속일 때 죽고 싶다는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는 언제나 그 아이의 일기장을 열어본다.
그리고 그녀가 죽기 직전 쓴 글을 다시금 읽어본다.
고마워 언젠가 꼭 같이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