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가족사진에 대한 고집이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의 결혼기념일에는 반드시 가족 전부가 모여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빠는 침실 벽면에 사진을 걸어두고 늘어나는 사진을 보며 흐뭇해하셨어요.
어렸을 때는 영문도 모르고 아빠 손잡고 사진을 찍으러 갔어요.
아빠는 항상 다 함께 사진을 찍고 맛있는 걸 사주셨거든요.
하지만 저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가족사진이 귀찮아졌어요.
그날엔 약속을 잡을 수 없었고 반항심과 불만이 켜져 갔어요.
저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가족보다는 친구가 더 좋았습니다.

“친구랑 약속 있단 말이야! 꼭 오늘 가야 해? 다른 날에 가면 되잖아.”
하지만 아빠는 가족사진은 꼭! 가족 전부가 같이 찍어야 한 다시며 고집을 부리셨고 전 사진 속에서 점점 미소는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빠를 이해하기 힘들었고 우리 집 규칙이 정말 싫었습니다.
직장인이 되어 매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부모님과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어요.
오늘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하지만 저는 약속을 어기고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아빠에 대한 반항이었죠. 그러나 너무도 갑자기 한 달 후 아빠가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빠는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저는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게 실감조차 할 수 없었고 그렇게 장례식이 끝났어요.
아빠가 없는 침실에 들어가 보니 벽에는 그동안 가족사진이 여러 개 걸려있었고 나의 성장과 더불어 행복해 보이는..
아빠의 얼굴….. 그리고 점점 늙어가는 모습도…. 사진 속에 아빠가 있었어요.
한 달 전 찍은 마지막 가족사진에는 저는 없었어요. 저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왜 웃는 얼굴로 함께 찍지 않았을까. 너무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었어요.
아빠가 소중하게 여겼다는 사진을 건네는 엄마 갓난아기 때 나의 사진
“아빠는 너의 성장을 기록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보람 있다고 늘 말씀하셨단다.”
엄마의 말에 나는 주저앉아 엉 엉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그깟 일 년 하루 시간 내는 게 뭐 그리 어려웠을까…..
어리석었던 나를 원망합니다. 아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