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8살 결혼 6년 차 되었고..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내와 저는 모처럼 큰마음을 먹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한 여행일 줄만 알았던 여행지에서 큰 사고로 아내는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지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신혼 생활 1년 아내를 간병한 지 5년이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아내를 병간호하는 저를 항상 안쓰럽게 생각하시고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 아들 ~얼굴이 많이 수척해졌네… 밥은 잘 챙겨 먹고? 연락도 잘 안돼서 이렇게 찾아왔다…”
어머니는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가겠다고 하시며..
“엄마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거 이제는 더 이상 보기 힘들구나.”
“서로 사랑했던 사이긴 하지만.. 너는 무슨 죄니?”
” 젊은 나이에 평생을 이렇게 살 거라는 생각만 해도 내가 잠이 안 온다.”
” 그동안 너도 할 만큼 했고 이제 그만해라.”
” 의사 선생님이 가망이 없다고 하는데 미련하게 무슨 짓이니?”
저는 어머님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화를 냈고 힘들어도 저는 가만있는데… 엄마까지 왜 저를 힘들게 하냐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어머님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도 아버지가 이렇게 아내처럼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었다면 포기하셨을까요?
불쌍하신 장모님은 아버님도 사고로 돌아가시고 오직 딸 하나 때문에 힘들게 살고 계셨고 저는 장모님과 교대로 아내를 병간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모님이 저희 어머님 하고 제가 하는 말을 다 들으신 듯합니다.
아무 말 없이 비틀거리고 계신 장모님 부축해서 좀 쉬시라며 방으로 모셔다드렸습니다. 지금은 저의 집에서 아내와 저 그리고 장모님과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워낙 병원생활에 지쳐 있기도 하고 공기도 좋지 않은 것 같아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사실 아내를 간병하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많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고 아내를 아직도 너무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 장모님은 할 말이 있다며 말을 어렵게 꺼내셨습니다.
” 자네 아직도 우리 딸 사랑하나?”
” 지금이야 사랑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 딸 몸도 점점 약해지고 그때는 감당하기 너무 힘이 들 거야”
” 자네 할 만큼 했네.”
” 우리 여기까지만 하세.”
” 그동안 정말 고마웠네.”
장모님은 한 번뿐인 인생을 아직 젊은 사위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내일 딸이랑 이 집에서 나간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에 인연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더 이상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시면서 냉정하게 말씀하시고 방을 나가셨습니다.
저는 잠이 오질 않았고 새벽에 아내를 보고자 아내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장모님이 아내에게 하는 말을 듣곤 저는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 차라리 이럴 거면 그냥 세상 떠나면 되지 왜 이렇게 끈질기게 버티고 있어서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거니 이게 사람 사는 거니?”
” 아무리 내 자식이래도… 내 자식이래도… 이렇게 사는 건 죽느니만 못하다 그런데 뒤돌아 서면 남인 손 서방은 오죽하겠니…”
아내의 방에서 장모님께서는 한참을 우시더니 밖으로 나오셨고 제가 문 앞에 있는 모습을 보시곤 화들짝 놀라셨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천천히 다가가 얼굴을 쓰다듬고… 점점 굳어가는 손을 주물러 주며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데.. 제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 건지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던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죠. 몸은 움직일 수 없어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을요.

아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제발 나를 버리지 마.. 떠나지 마… 평생 함께 하고 싶어.라고 저에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런 모습을 보니 장모님께서 내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장모님과 아내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고 장모님을 설득시켰습니다.
그런데 하늘에서 감동을 받으셨는지 아내에게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아마 아내도 저희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나름 빨리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나 봅니다.
아내와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일 뿐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비록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아내는 감고 있던 눈을 뜨게 되었고 아내와 마주치는 눈동자로 모든 대화를 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눈을 깜빡 리며 낱말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대화를 하지만요. 퇴근한 저에게 제일 처음으로 하는 말은 ‘사랑해’ 입니다.
이렇게 아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