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아내는 지인의 소개로 만나 무려 5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 커플이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참 사랑했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아끼며 연애 때부터 아내를 공주처럼 대해 주었고 언제나 아내가 바라던 대로 해주었던 사람이었습니다.
5년이나 만났던 만큼 결혼은 당연하다 생각했고 저는 늘 아내가 바라던 대로 야경이 잘 보이는 호텔에서 명품 가방과 반지를 건네며 프러포즈를 하며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결혼한 뒤에도 행복한 신혼 생활을 하며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죠
가끔씩 아내의 과한 요구들이 제게는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아내는 신혼 생활을 저와 단둘이 하고 싶다고 아이 계획도 미루었습니다.
이렇게 결혼 2년이 지나고 저는 아내에게 ..
“우리 슬슬 임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어머니도 기다리시고 저번에는 장인어른도 말씀하시던데 어른들은 다들 걱정이신가 봐.”
아내는…
” 임신? 나는 지금 여보랑 이렇게 둘이 있는 게 너무 좋은데?”
” 당장 아이 갖고 싶지 않아 여보도 지금이 좋지 않아?”
” 나랑 있으면 행복하다고 했잖아.”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회사에 있던 제게 사진 한 장을 보내며 갑자기 화를 내는 거였죠.
” 당신 이거 뭐야?”
” 나 몰래 바람피우고 있었어?”
”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저는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바람이라니 설마 이 사진 보고 그러는 거야?”
” 그냥 거래처 직원이랑 밥 한 끼 한 것뿐이야! 심지어 단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내는 점점 더 화를 내면서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거야?”
” 내 친구가 당신이 그 여자랑 노닥거리는 거 다 봤대!”
” 이렇게 증거까지 눈앞에 있는데 발뺌할 거야.”
아내가 불륜 증거라고 보여준 사진은 그냥 식당에서 찍힌 별것 아닌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단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다른 직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 여직원이 화장실 간사이에 저와 거래처 직원이 단둘이 있던 사진을 찍은 듯했죠.
사실 아내는 결혼 전부터 의처증 기미가 보였지만 저는 아내가 저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결혼생활이 지속되면서 아내는 점점 저를 믿지 못하고 번번이 저를 불륜 남편으로 몰아갔습니다.
아내는 친정으로 가버렸고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딸 말만 듣고 저를 바람피운 남편으로 몰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아내의 의처증은 결국 처남까지 나서서 저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처남은 취미로 복싱을 했던 탓에 저는 무자비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처남에게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남과 아내가 회사까지 쳐들어와 저를 바람둥이 남편을 만들었고 덕분에 회사에서도 저와 불륜관계라며 의심을 받던 거래처 여직원까지 그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 잘못 없이 불륜의 당사자로 지목된 그 거래처 직원은 심지어 결혼 준비 중이던 사람이었습니다.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데 그런 치명적인 소문에 엮이게 되었으니 그쪽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겠죠.
그래서 그 여직원이 저희가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고 엄한 사람들 건드렸으니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할 거라고 말이죠.
아내는 그제야 꼬리를 내렸고 결국 제가 그 여직원과 아무 관계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처남이 장인,잠모님께 사실을 알리며 저에게 오셔서 사과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저 집구석 사람들에게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졌고 도저히 용서가 되질 않았습니다.
아내는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저는 단호하게 당신 얼굴 볼 자신이 없고 가증스러운 말도 듣고 싶지 않다고 이혼하자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뻔뻔하게…
” 나 이혼 못해! 내가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
저는 이제 와서 이혼 못한다고 우기는 아내에게 말했죠
“이혼을 못해? 못하면 소송으로 가야지 근데 소송까지 가면 당신이랑 당신 부모님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나 당신 동생 폭행으로 고소할 거고 당신 부모님한테 피해 보상청구 할꺼니까.
죄 없는 사람 모함했으니 죄값을 치르셔야지… 안 그래?”
이렇게 처남을 고소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아내와 이혼을 했습니다.
저는 이혼을 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고 아내와의 추억이 너무 많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몇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익숙한 한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잘못 본 줄 알고 무시하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추운 겨울날 지하철 입구에서 벌벌 떨고 있던 그 사람은 바로 전처였습니다.
전처는 놀랍게도 임신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혼한 지 이제 반년인데 저 뱃속 아이의 아빠가 누구일지 당연히 궁금해졌고 그냥 지나가려 했지만 추운 날씨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전처가 저를 보고 다가옵니다. 전처는 마치 그동안 저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저를 보고 제게 다가왔습니다.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이 예전에 좋아던 시절을 보는 것 같아서 순간 우리가 이혼을 한 게 아니었나 착각할 정도였죠.
아내는 저더러 여보!라고 부르더군요.
” 여보라니 말조심해.. 우리가 이혼한 지가 언젠데 내가 왜 당신 여보야.”
전처는 친정에서 쫓겨났고 부모님이고 동생이고 자기가 정신 나갔다고 상종 안 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순간 저는 전처의 모습에 화가 나서..
” 내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 괜히 사람 눈에 띄어서 거슬리지 말고 제발 나랑 엮이지 마! 당신이 나한테 한 짓 그새 까먹은 거야?”
전처는 너무 힘들다며 배는 점점 불러 오는데 갈 곳도 없고 길은 너무 춥다며 부모님도 이제 나랑 안 보고 살겠다고 하시고 다들 나를 외면하는데 당신마저 그러냐고 합니다.
아기랑 자기 좀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전처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약해집니다.결국 저는 마지막 호의를 베풀 수밖에 없었어요.
제발 아이를 무사히 낳을 때까지만 도와달라는 전처의 부탁으로 저는 무보증의 원룸 하나를 구해주었습니다.
조금이라고 마주칠 일이 없기를 바랬던 저는 최대한 저와 연고가 없는 곳으로 방을 잡아 주게 되었죠.
그 와중에 저는 혹시라도 아이 아버지에 대해 물어봐야 하나 계속 고민을 했습니다.
전처가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면 내 아이는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어 지만.. 하필 이혼한 지 반년이 안된 시기였기에 어쩌면 내 아이 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전처가 미련이 남아 다시 예전처럼 지옥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일, 하지만 다행히도 전처에게서는 한동안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몇 달 뒤 갑자기 전처가 제게 연락을 해온 겁니다. 그때가 아마 세 달째 집세를 내고 얼마 지난 뒤였을 거예요.
“여보… 나야.”
“집주인 사장님한테 여쭤봤어 당신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 당신이 꼭 알아야 한단 말이야.”
” 당신은 내가 누구 애를 임신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 누구 아이일지 예상도 안돼?”
하지만 저는 전처에게 모진 말을 했습니다.
” 우리는 이미 이혼했고 당신이 임신한 걸 내가 궁금해 해야 하나?”
” 설마 그 애가 내 애라고 하고 싶은 건 아니지?”
“ 내 기억에는 이혼하기 직전에도 그럴 일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당신 피임약 열심히 먹지 않았어?”
” 이제는 그 애가 내 애가 맞던 아니던 나는 관심 없어.”
전처는 아이 때문이라도 재결합을 해달라고 애원했고 저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단호히 말을 했습니다.
결국 전처와 출산할 때 병원 앞까지만 가주기로 합의를 하고 병원에 입원하는 것만 보고 병원을 나서려는데 전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병원에 출산하러 들어가는 전처를 두고 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지만 아이도 걱정이 되었고 괜한 연민과 걱정으로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민하던 저는 미련하게도 다시 병원으로 향해 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의료진들과 실랑이하는 전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진통이 심하다며 간호사 부축까지 받아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봤는데 당장이라도 출산을 할 것처럼 하던 전처가 자리에서 펄쩍 거리는 모습을 보고 그제야 전처의 배를 들여다보게 되었고 곧 출산을 앞둔 여자라 생각되지 못할 만큼 홀쭉한 배를 보게 되었습니다.
” 그냥 입원만 좀 시켜 달라니까.”
” 내가 돈 주고 입원하겠다고!”
간호사는 산모도 아니신 분이 이러시면 안 된다고 당장 나가세요! 안 그러면 정말 경찰 부를 거예요?
전처는 난동을 부리며 애 낳았다고 하고 좀 입원만 해달라는데 왜 이렇게들 융통성이 없냐며 돈 준다고 돈!
전처는 한참 난동을 부리다가 저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 애는 벌써 낳은 거야?”
” 참 빠르네 한 십 분 만에 애를 낳은 건가?”
전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역시나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있지도 않은 애를 만들어 저를 기만하고 있었습니다.
사람 뒤통수를 이렇게 여러 번 때릴 수도 있는 건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전처에게 이제 더 이상 미련도연민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