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남성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의 사연들을 이렇게 찾아보게 되고 직접 사연도 보내게 되었으니까요.
전 평범한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지내오다 제가 일하는 분야에 있어 조금 더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그 회사의 임원자리까지 오르고 퇴직을 하게 되었죠.
임원직까지 올랐다고 해서 흔히들 생각하는 부유한 생활을 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퇴직을 하고 나서는 앞으로 남은 생을 아내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요즘은 백세 인생이라고 하던데 그 당시 겨우 59세에 은퇴를 하고 나니 앞으로 40년이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용돈벌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사회로 나가 취업을 도전해 보기로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습니다. 나름 대기업 출신에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했다고 하나 임원 자리까지 올랐으니 , 다시 취업을 하는데 크게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취업은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고 그렇게 저는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꽤나 오랫동안 한 근무지에서 일을 할 수 있었고 정신없이 바쁘긴 해도 앉아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바삐 움직이는 것이 시간도 빨리 가고 일하기 편했어요.

하루하루 일하다 보니 일도 익숙해지고 아파트 주민분들도 좋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한 집이 이사를 오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고 맙니다.
그 집은 이사를 들어오는 것부터 심상치가 않았죠. 오전 8시에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분이 이사를 갔고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도착을 하여 이사를 하겠다고 관리실에 통보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한참이 지나도 이삿짐이 들어오지를 않았어요. 이삿짐이 들어오면 주변 차량을 통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주변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이사를 오시는 주민분에게 연락은 되지 않았고, 관리사무소에서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밤이 돼서 이사를 온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고 주차장 한 칸이라도 더 필요한 곳에서 그 많은 자리를 계속 비워둘 수는 없으니, 교대를 하는 동료에게 아침 에 빠질 수 있는 차량으로만 넣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내일 아침에 자리를 다시 확보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오후에도 이삿짐 차량이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관리사무소 쪽에서도 이사 오실 분들과 연락이 안 되다고 하니 평소처럼 주민분들에게 주차장을 사용하게 하라는 지시를 받고 저는 시키는 대로 따로 주차장 확보를 하지 않았죠.
그런데 그다음 날 연락도 없이 이삿짐 차량이 들어왔고 이사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 주차장으로 뛰어나와 확인을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사에 일일이 주민분들에게 전화를 돌려가면 주차장 자리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이사 들어오는 남자가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 아저씨가 여기 경비예요?”
” 우리 집 이사 온다는 거 못 들었어요?”
”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지금까지 기다리고만 있게 만들어요.”
”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지금 장난해요?”
” 빨리 사다리차 올라갈 수 있게 자리 만들라고요!”
저는 이사 오시는 날이 지났고 연락이 되지 않아 상황이 이렇게 된 거라고 설명했지만 그 남자는 언성을 높이며..
“그러니까 지금 우리 쪽 탓이라고요?”

저는 죄송하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고 그 남자는 점점 더 화를 냈습니다.
”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 허비하면 이사 비용 더 나오는 거 몰라요?”
” 돈 더 나오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이렇게 당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제 입장에서는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는 들어왔고 저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퇴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계속해서 저를 괴롭히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화를 냈습니다.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가 늦은 저녁 경비실로 찾아왔습니다. 인사를 하고 문을 열어줬는데 저를 보고 찾아왔다고 하며
웃는 모습을 한 남자는 저에게 비닐봉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봉투에는 치킨이 들어 있었고 드시고 일하라며 웬일로 치킨을 두고 가길래 저도 마음이 약해져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허기가 진 저는 치킨을 먹었고 그날 하루 종일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와서 혹시나 하고 치킨 영수증을 들여다보니 날짜가 아주 오래된 치킨이었어요.
이제야 그 남자가 저를 골탕 먹이려고 오래된 치킨을 가져다준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사람을 괴롭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저런 사람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일단 피하고 보자 생각했어요.
아침이 되어서 교대시간이 될 무렵 그 남자는 치킨은 잘 먹었냐며..

” 좋은 아침입니다 치킨은 드신 거 같은데 아직 병원에 실려가지 않으셨나 봐요?”
” 하기야 이런 일하시는 거 보면 유통기간 더 지난 것도 많이 섭취하시겠죠?”
” 저도 그런 거 같아서 좀 묵힌 치킨 드린 겁니다.”
저는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지만 너무 무례한 그 남자의 말에 화가 났습니다.
” 당신 그렇게 할 일이 없어?”
” 당신 말마따나 내가 당신 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하면 그런 사람 괴롭히는 게 좋아?”
” 이게 재밌냐고?”
” 젊은 양반이 순간 감정이 욱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짓까지 하면서 사람을 괴롭혀?”
” 당신 정신에 문제 있어!”
그 남자는 가만히 저를 보고 있더니…
” 이 양반이 이제야 똑바로 사람을 보내. 맞아요.”
” 나 정신에 문제 있어요.”
” 그러니까 괜히 나한테 대적하려고 들지 말고 제 발로 그만두고 걸어 나가든가 아니면 “
” 무릎 끓고 내 가랑이 사이 기어가든가 둘 중 하나 택하세요.”
” 그 나이 먹고도 아직 이 세상을 몰라요? 약육강식의 세계 이해 못 했냐고요.”
” 하기야 자기 밑에 사람이 있어야지 깨닫지. 맨날 바닥에 있는데 뭘 알겠어.”

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말했습니다.
“나를 굴복시키고 싶은가 본대 당신 같은 사람에게 절대 빌지 않아!”
그 뒤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를 괴롭혔고 저는 나이 먹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하루하루가 괴롭기만 했습니다.
어느 날 그 남자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었고 저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 그 남다에게 폭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둘 다 경찰서에 끌려갔고 아내는 걱정했던 나머지 아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아들에게까지 알려진 게 면목이 없었어요.
사실 아들은 제가 경비 일을 하는 걸 몰랐습니다. 아들에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우선 아들이 더 흥분을 하기 전에 그 남자에게 맞은 얼굴을 숨겨야 할 것 같았어요.
아들은 왜 경비 일은 했나고 물었고 무슨 일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물었습니다.
” 네 엄마는 왜 너에게까지 연락을 했다니. 병원 일로 바쁜 애를 환자들 보려면 컨디션이 얼마나 중요한데.”
상황을 알게 된 아들이 흥분하며 화를 내자 경찰서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던 그 남자가 아들을 보고는 기겁을 하면서 우리가 있는 곳까지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뛰어오다 넘어지게 되었는데도 멈추지 않고 무릎으로 기어서 왔습니다.
그러고는 아들을 보고 빌기 시작했어요.
” 선..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선생님 아버님인지도 몰라 보고..”
” 아버님 건강에 문제없으시게 제가 치료받으실 때마다 모시고 다니겠습니다.”
” 제발 용서해 주세요.”
” 이걸로 화가 풀리지 않으시겠지만 화만 풀린다면 저를 때리셔도 반항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 마음껏 때려 주세요.”
” 욕도 풀릴 만큼 하셔도 되고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저는 갑가지 미친 건가 싶더라고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저런 건가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평소 하는 짓이나 인간성으로 보아 절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들과 아는 사이인 것 두 같은데, 무슨 사이인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 이 부장님? 부장님이 우리 아버지를 이렇게 한 겁니까?”
” 당신이 이렇게 한 게 맞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이었고 이번에 크게 아들 녀석과 의료 기기를 납품하기로 했었지만 이번 일로 크게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영업 뛰는 사람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의사한테 알아서들 숙이고 들어가거든요.
이런거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물질적으로 받아내는 의사들도 있는데 전 좀 불편하더라고요.
나중에 문제 생기면 안 되니까 저는 일절 상대 안 합니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자신이 잘 보여야 하는 병원 의사의 아버지를
개 패듯이 패버렸으니 그쪽 업계에서 매장당했고 사람을 자기 밑으로 보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