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가 재혼을 해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못되게 구는 일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정들지 못해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런 어색한 관계였지만 새엄마가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이었다. 새엄마의 제안으로 둘이서 강에 놀러 가게 되었다.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강에 도착하자마자 새엄마를 혼자 두고 나는 강가에서 물에 들어가 놀았다.
한참을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깊어진 물아래로 순식간에 빠지고 말았다.
아빠에게 물었다.
"새엄마는?"
아빠는 숨을 고른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물에 빠졌을 때 새엄마가 옷을 입은 채로 뛰어들어 나를 구하고 그대로 힘이 빠져 하류까지 흘러갔다고 그 후 구조되었지만 지금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나는 새엄마가 있는 병실에 갔다.
수많은 기계들에 둘러싸여 장비를 달고 있는 새엄마 그렇게 새엄마는 결국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새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새엄마의 일기장이 있었다. 아빠와 나는 새엄마의 일기를 같이 보기로 했다.
일기장에는 나와 잘 지내보려 노력하던 새엄마의 고민과 헌신이 하나하나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 조금은 수줍어 하지만 정말 좋은 아이." 이 아이라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낼 자신이 있다.

"아이를 내게 맡겨준 남편에게 정말 감사하다"라고 적혀있었다.
새엄마는 일기를 쓴 며칠 후 목숨과 바꿔 나를 지켜주었다.
새엄마는 언제나 다정한 눈으로 나를 지켜봐 주었다.
항상 내 눈높이에 맞춰 말을 걸어주었다.
마음은 제대로 전해졌었는데 나는 새엄마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사랑만 받은 채 보답하지 않았다. 보답은커녕 목숨까지 빼앗아 버렸다.
일기를 읽고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며 울부짖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미안하다고 말하며 울었다.

세월이 지나고 성인이 되었지만 엄마에 대한 미안함은 아직도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었다.
수십 년 지난 지금도 여름이 될 때마다 생각난다.
그 상냥했던 웃음과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던 그때의 후회를.... 엄마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