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거지야? 8만 원도 없어!” 수학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저는 엄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엄마 몰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써버리고 집에 왔는데…

“지선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

엄마의 소리에 눈을 떴다.
늘 그랬다는 듯 나의 시선은 깨진 낡은 시계를 향해 있었다.
시간을 보고 나는 인상부터 찌푸리고 언성을 높였다.

"우리 거지야? 8만 원도 없어!" 수학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저는 엄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엄마 몰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써버리고 집에 왔는데...

“왜 지금 깨워줬어! 아우 짜증 나!”

쾅!

방문 소리가 세게 울려 퍼졌다.
주섬주섬 교복을 입고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선아, 미안하다. 엄마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아씨! 또 감기야? 그놈의 감기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

“늦게 깨워줘서 미안하구나. 자..여기..도시락 가져가렴!”

“됐어! 나 지각하겠어! 갈게.”

도시락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신경 쓰지 않고 내 갈 길을 갔다. 뛰어가면서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는 말없이 주섬주섬 내팽겨진 도시락을 다시 담고 있었다.

창백했다..여느 때보다 엄마의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하지만 늘 엄마는 아팠기 때문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종례시간이다.

"우리 거지야? 8만 원도 없어!" 수학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저는 엄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엄마 몰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써버리고 집에 왔는데...

이번 주 토요일 날 수학여행을 간단다.가고 싶었다.가서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가난이란 걸 깨끗이 잊고 오고 싶었고 엄마도 잠시 동안은 잊고 싶었다.

집에 와서 여느 때처럼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인상이 먼저 찌푸려졌다.

“어..우리 지선이 왔어?”

“엄마! 나 이번 주 토요일에 수학여행 보내줘!”

다녀왔다는 말도 안 하고 보내달라고만 했다.

“수학여행이라고?”

“어.”

“얼만데?”

엄마는 돈부터 물어봤다. 우리 집안 형편 때문에 가야 될지 안 가야 될지 고민했었다.

“8만 원은 든다는데..”

“8..8만 원씩이나?”

“집에 8만 원도 없어? 우리 거지야?” 이런 가난이 싫었다?

돈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가난이 싫었다.

엄마도 싫었고, 식구가 엄마와 나뿐이라는 것도 외로웠다.

엄마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이불 속에서 통장을 꺼냈다.

“여기..엄마가 한 푼 두 푼 모은 거거든..여기서 8만 원 빼가…”

"우리 거지야? 8만 원도 없어!" 수학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저는 엄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엄마 몰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써버리고 집에 왔는데...

난생처음 보는 우리 집의 통장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당장 시내의 은행으로 달려갔다.

통장을 펴보니 100만 원이라는..나로선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있었다.
이걸 여태 왜 안 썼나 하는 생각에 엄마가 또 한번 미워졌다.

8만 원을 찾았다.

92만 원이 남았다. 90만 원이나 더 남았기 때문에 더 써도 될 거 같았다.

언뜻 애들이 요즘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이라는 게 생각이 났다.

다시 40만 원을 찾았다.

가까운 핸드폰 대리점에 가서 좋은 핸드폰 하나 샀다. 즐거워졌다.

"우리 거지야? 8만 원도 없어!" 수학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저는 엄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엄마 몰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써버리고 집에 왔는데...

난생처음 맛보는 즐거움과 짜릿함 이였다.

여러 색색의 예쁜 옷들이 많이 있었다. 사고 싶었다. 또 은행을 갔다.

이번엔 20만 원을 찾았다. 옷을 여러 벌 샀다.

예쁜 옷을 입고 있는 나를 거울로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었을 때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엄마가 잘라준 촌스러운 머리였다. 또 은행에 갔다.

5만 원을 더 찾았다.

머리를 예쁘게 자르고, 다듬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우리 거지야? 8만 원도 없어!" 수학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저는 엄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엄마 몰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써버리고 집에 왔는데...

이젠 수학여행 때 필요한 걸 난 무조건 마구잡이로 닥치는 대로 고르고, 샀다.

그렇게 집에 갔다. 또 그 지긋지긋한 집에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가야만 하기 때문에 갔다.

엄만 또 누워있었다. 일부러 소리를 냈다.

“흐흠..흐흠!”

소리를 듣고 엄마는 일어났다.
통장을 건네받은 엄마는 잔액을 살피지도 않고 바로 이불 속으로 넣어버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토요일이 왔다.

쫙 빼입고 온 날 친구들이 예뻐해 주었다.

고된 훈련도 있었지만, 그때 동안은 엄마 생각과 가난,그리고 집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제 끝났다. 2박 3일이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이제 알았다. 또 지긋지긋한 집구석에 들어가야 한다.

“나왔어!”

“…….”

웬일인지 집이 조용했다.

“나 왔다니까!!”

“…… “

또 조용하다. 신경질 나고 짜증 나서 문을 쾅 열었다.

엄마가 있었다. 자고 있었다. 내가 오면 웃으며 인사하는 엄마가 딸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자기만 한다.

‘혹시 내가 돈 많이 썼다는 거 알고 화난 걸까?

쳇..어차피 내가 이기는데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엄마를 흔들려 했다…

그런데…그런데..! 엄마가 차가웠다.

이상하게 말라버린 눈물부터 났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 싫었던 엄마가 차가운데..이상하게 슬펐다.

마구 흔들어 깨워보려 했다. 하지만 엄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뜨지 않았다.

"우리 거지야? 8만 원도 없어!" 수학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저는 엄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엄마 몰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써버리고 집에 왔는데...

얼른 이불에서 통장을 꺼내 엄마의 눈에 가져다 대고 울부짖었다.

“엄마! 나 다신 이런 짓 안 할게…안 할 테니까 제발 눈 좀 떠!”

통장속에서 무언가 툭 떨어졌다. 조심스럽게 펼쳐보니 엄마의 편지였다.

나의 사랑하는 딸 보아라.

이쁘고 사랑스러운 내 딸 지선아!

이 에미 미웠지? 가난이 죽도록 싫었지? 미안하다..미안해
이 엄마가 배운 것도 없고, 그렇다고 돈도 없어서 딸한테 줄 거라곤 ..이 작은 사랑..이 쓸모없는 내 몸뚱이밖에 없었단다..

엄마 먼저 이렇게 가서 미안하다..엄마가 병에 걸려서..먼저 가는구나..
실은..수술하면 살 수 있다는데.. 돈이 어마어마하더라..

그래서 생각했지..그까짓 수술 안 하면 우리 딸 사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으니까 내가 수술 포기한다고..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되어서 이젠 몇 달을 앞두고 있단다.

딸아 이 못난 에미.. 그것도 엄마라고 생각해 준거 너무 고맙다. 우리 딸!!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딸아..우리 지선아.. 사랑한다..사랑해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너무 미워진다.

그동안 엄마를 미워하던 거보다 100배 아니 1000배 아니 끝도 없이 나 자신이 미워지고 비열해진다.

왜 나같이 못난 딸을 사랑했어..어?

"우리 거지야? 8만 원도 없어!" 수학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던 저는 엄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엄마 몰래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써버리고 집에 왔는데...

수술비라고 왜 말하지 않았어? 내개 펑펑 써버린 그 돈이면 수술할 수 있었잖아!

엄마가 정성껏 싸준 도시락도 내팽개쳤는데 ..

엄마한테 신경질 내고 짜증만 부렸는데 왜? 한 번도 야단치지 않은 거야!

엄마 너무너무 미워했는데…

날 왜 사랑한 거야..어? 엄마 바보야?

이젠 그렇게 보기 싫었던 누워있는 모습조차 볼 수 없겠네..엄마 도시락도..매일 깨워주던 엄마 알람도..

엄마…미안해…정말 고마웠어..이제서야 잘못한 걸 아는 못난 딸이지만 용서해 줄 거지..사랑해 엄마 그리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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