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 들어 오게 하셨고 오 남매의 첫째라 그러신 건지 남동생이나 어머니 자신보다 항상 내 밥을 먼저 주셨어요.
어느 날 오랜만에 친정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푼 밥을 내 앞에 놓자.
어머니는 말씀하셨어요.
” 얘 그거 엄마 밥이다.” 하셨어요.
저는 조금 민망한 마음에 ..
” 엄마 왠일이에요?” 늘 내 밥 먼저 퍼주시더니..” 라며 말을 했어요.
엄마는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어요.
” 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 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엄마가 먼저 죽어야 안되겠니?”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어요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식사를 할 때 마다 어머니의 본인이 먼저 먹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나, 둘 중에 누구 밥을 먼저 풀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남편 밥을 먼저 푸기로 했어요.
‘홀아비 삼 년에 이가 서 말이고 과부 삼 년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뒷바라지해주는 아내 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더구나 달랑 달 하나 있는데,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혹시라도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생각하며 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스럽더라고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편을 끝까지 보살펴 주고 뒤따라 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남편 밥을 먼저 푸고 있어요. 남편은 물론 모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알게 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소원하건데 우리 두 사람 늙도록 사이좋게 살다가 남편 먼저 보내고,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