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 주부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없는 고아였습니다. 어릴 적에는 항상 부모님을 원망하고 고아원에서 자란 저는 항상 주눅 들어 있는 아이였습니다.
고아원 원장님은 고아원 아이들을 강하고 자립심있게 자라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다른 가정으로 입양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고아원에서 20살까지 살게 되었어요. 이 세상에는 나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며 오직 나 혼자서 견디고 이기며 살아야 했습니다.
저는 성인이 되어 고아원을 나오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먹고 살기 위한 전쟁터 속에서 하루하루 발버둥 쳐야 했습니다.
항상 소외된 삶을 사는 것 같았고 알 수 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단 한 번도 따뜻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어요.
친구들은 내가 부모님이 없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저를 멀리했고 어딜 가나 “부모님 뭐 하시니?”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남자친구를 사귀어도 결국 남자친구 부모님은 고아 출신인 저를 무슨 벌레 보는 듯했어요.
저는 점점 더 위축되어 갔고 자신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항상 어두운 표정을 하고 다녔고 웃을 일도 별로 없었죠. 친구들과도 오래가지 못했고 항상 피해 의식 속에서 살아서인지
아무도 다가와 주지 않았어요.
이런 일은 항상 되풀이되면서 저는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고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나 세상을 향해 항상 예민하고 굴었고 누구와도 곁을 주지 않았어요. 나를 지키며 살기도 바쁘고 힘이 들었거든요.
저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관심 따위 필요 없다고 동정은 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말이죠.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저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아무리 밀어내도 밀려나지 않았고 냉담하게 행동해도 그 사람은 더 따뜻하게 나를 지켜주려고 노력했어요.
그 사람으로 인해 저는 세상이 달리 보였고 조금씩 웃음을 찾을 수 있었어요. 언제부터인가 그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졌고 나에 대해서도 알리고 싶었어요.
” 저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 그리고 이 세상에 의지할 곳도 없어요.”
” 가진 거라고 이 몸뚱이 하나가 다입니다.”
저는 고아 출신이고 가진 것도 없고 세상에 의지 할 곳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 고아가 어때서요?”
” 그리고 이제 저한테 의지하시면 됩니다.”
” 힘들고 지칠 때 저에게 기대시면 됩니다.”
” 건강한 몸만 있으면 되지 뭐 다른 게 있어야 합니까? 하 하 하”
그 사람은 그런 저를 편견 없이 받아주었고 저도 점점 마음을 열게 되었어요.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저는 말했습니다.

” 고아 출신인 며느리를 받아 줄 부모님은 없어요. 당신 같이 좋은 사람에 나 같은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요.”
” 당신과 당신 부모님께 상처를 줄 순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그는 일단 부모님을 만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했어요.
부모님을 만난 저는 떨리는 못소리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 안녕하세요. 사실 저는 고아입니다.”
” 어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그의 어머님은 놀라지도 않았고 저를 바라보시며 말했어요.

” 눈빛이 참 맑고 이쁘네요.”
” 그래서 우리 아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있나요.”
” 사람은 눈은 사람의 모든 것을 대신하죠.”
” 부모님 없이 아주 이쁘게 잘 자랐네요.”라고 말하는 어머님 말씀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순간 그동안 고생한 모든 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울고 있는 저를 보시는 어머님은 ” 울고 싶을 때는 그냥 울어도 돼요” 라며 저를 가만히 안아 주셨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 보는 엄마 같은 따뜻함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고아라는 족쇄에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가족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었어요. 그날은 평생 기억하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결혼을 했습니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내 남편이 되었어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배려심이 많고 다정다감한 사람이었어요.
저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감사하며 살았어요. 어머님은 저를 딸처럼 사랑으로 보살펴 주셨고 이젠 제가 남은 상처 따윈 없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게 꿈인가 할 정도로 하루하루가 행복했습니다.
저는 아들, 딸을 낳았고 어머니와 번갈아 가며 육아를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저는 어머님에게 아이를 맡기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어요.
어머님은 모든 결정은 제가 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제 결정을 우선으로 존중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저의 어머니가 아프셨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아픈 어머니를 보며 매일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점점 허약해지셨고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 병간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상에서 병마와 싸우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는 게 저는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이었습니다.
매일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우리 어머니 제발 살려달라고요. 제발 내게서 어머니를 뺏어 가지 말아 달라고 빌었습니다.

남편은 어머니를 보면서 처음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저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모님이 작은 상자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모에게 당부하셨다고 했습니다.
상자를 열어본 저는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상자 속에는 어머니의 편지와 통장이 들어있었고..
” 아가야 이 이상자를 열어 보았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겠구나.”
” 내 딸아! 엄마가 걱정이 많구나 너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이 못난 엄마는 너에게 상처만 주고 떠나는구나”
” 사랑하는 딸아! 여자는 항상 비상금이 있어야 한단다.”
” 이 엄마가 결혼할 때 너의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통장을 하나 주더구나.”
” 항상 지니고 있다면 든든할 거라고 엄마는 살면서 힘이 들대마다 할머니가 주신 그 통장을 열어보며 힘을 냈단다.”
” 우리 딸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네가 힘이 들 때마다 엄마 생각하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 우리 딸! 처음 보던 날 너의 눈이 얼마나 맑던 지 다시 생각나는구나.”
” 이전 생에서는 조금 늦게 왔지만 다음 생에서는 엄마에게 좀 더 빨리 와 주렴!”
” 다음 생에서도 다시 엄마 딸 해줄 수 있지?”
다음 생에서도 꼭 엄마 딸로 같이 오래오래 살아요 엄마!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