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홀로 쓸쓸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장성한 자식들은 이제 부모님 곁을 떠나 각자 먹고 사느라 바빠서 할머니는 시골집에 홀로 남아 살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한 번도 외롭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할머니 곁에서 항상 함께하는 반려견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강아지는 할머니에게 자식 같은 존재입니다. 할머니를 웃게 만들었고 항상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강아지는 항상 어디든지 함께 다녔고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면서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도 건강이 점점 나빠지셨고 이제 살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강아지를 혼자 두고 떠나간다는 게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렇게 세월에 흔적은 거슬러 올라갈 수 없듯이 할머니도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가족들과 친척들은 할머니를 집 근처 산에 묻어 드렸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도 다 마무리된 이후 남은 가족들은 살아생전 할머니가 사용하시던 물건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집 정리를 하고 있던 가족들은 강아지 모습이 보이지 않아 강아지를 찾아 나섰고 동네를 몇 번을 돌아도 강아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족들은 할머니 무덤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강아지가 무덤 앞에 앉아서 멍하니 할머니 무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소중한 할머니가 땅속에 있는 걸 알기라도 한 것처럼 무덤에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강아지 이름을 불렀고 강아지를 들은 척도 안 하고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슬프고 가슴이 찢어지던지 가족들은 전부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강아지의 모습은 마치 무덤 속에 있는 할머니 혼자 외로울까 봐 좀처럼 무덤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모습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을 넘게 할머니와 함께한 세월이 있어서 인지 할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진 탓일까요?
강아지는 한동안은 절대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지만 사람처럼 목놓아 울 수도 없지만 강아지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슬퍼했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빈자리가 믿기지 않았을 테죠.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도 강아지는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따뜻했던 할머니의 손길도, 웃으며 밥 많이 먹으라던 할머니 목소리도 함께 걸어나갔던 동네 골목길도 이제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강아지도 감정이 있고 슬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처럼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저 강아지가 할 수 있는 건 늘 그래 왔듯이 할머니 곁에 있어주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