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 온 건 12년 전입니다. 이사를 하게 된 김 씨는 주변 이웃에게 떡을 만들어 돌리게 되었습니다.
유독 위층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요새 이런 집이 흔하지 않는다며 김 씨에게 고맙다고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이웃에게 떡을 돌리고 돌아온 김 씨는 현관문 고리에 걸려 있는 검정 비닐봉지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검정 비닐 봉지 안에는 ” 반가워요”라고 쓰인 편지와 작은 호박 두 덩이를 그리고 호박잎이 들어 있었습니다.
순간 그는 위층 할아버지가 두고 가신 것 같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떡을 선물받고 고마운 마음에 답례로 호박을 주신 거라고 했습니다.
위층 노부부는 인정 많은 분이셨고 좋은 이웃을 만나서 김 씨는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하셨고 혼자서는 외출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를 모시고 산책을 나오셨어요.

할아버지는 집에만 있는 할머니를 위해서 어렵게 할머니를 모시고 산책을 나오시곤 했습니다.
평상시 인심 좋고 이웃에게 다정다감했던 김 씨는 음식을 만들 때면 항상 노부부가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음식을 여유 있게 만들어서 노부부 드시라고 갔다 드리면 어김없이 다음날은 현관 앞에 검정 봉지가 걸려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 음식을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꼭 답례를 하셨습니다.
소중한 음식을 김 씨에게 나눠 주셨습니다 너무 미안했던 김 씨는 수차례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할아버지는 반드시 답례를 하셨어요.

이렇게 오가는 정이 있었고 항상 노부부를 건강 상태를 걱정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위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고 무언가 일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위층으로 달려갔는데 아무리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크게 두드려도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너무 놀라 119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급히 도착한 구급 대원과 문을 따고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요. 아마도 할아버지가 잠시 외출한 사이에 할머니가 쓰러지신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를 급히 병원이로 이송했고 외출했다 돌아오신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할머니는 돌아가셨을 거라 의사는 말했습니다. 그제야 모두가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미리 발견하지 못했으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김 씨에게 거듭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날부터 아침이 되면 김 씨의 차는 세차를 한 것처럼 윤이 나게 깨끗해져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가 매일 아침마다 주차장으로 내려오셔서 아무도 모르게 김 씨의 차를 세차를 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할아버지 힘드실까 봐 일부러 차를 구석에 숨기기도 했지만 매번 차를 찾아서 세차를 하셨어요.
결국 사정사정해서 할아버지에게 세차를 그만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그 뒤부터는 현관문에 검정 봉지가 걸려 있었습니다.

얼마 후 할머니는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시게 되었어요. 홀로 계신 할아버지가 걱정되는 자식들은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겠다고 했고 할아버지는 이사를 가시게 되었습니다.
이사 가시기 전날 할아버지가 찾아오셨습니다. 사실 그동안 너무 정이 들고 감사한 게 많아서 먼저 인사를 드리려 가려고 했는데 한발 늦어 버리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김 씨에게 옥으로 만든 반지와 은으로 만들어진 반지를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 내가 아들만 있어서 딸이 없는 게 항상 서운했는데 딸처럼 우리를 보살펴주어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 아내에게 딸이 있었으면 남겨주었을 할머니의 소중한 반지를 받아달라고 하시면서 주셨습니다.”
” 비싼 건 아니지만 할머니 마음이라고 하시면서 주셨어요.”

무언가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할아버지는 정말 딸 같은 생각이 들어서라며 반지를 건네셨습니다.
김 씨는 참아보려 했지만 눈물이 나왔고 할아버지와 이별이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너무 정이 들어서 일까요? 노부부가 이제 이 아파트에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운한 마음에 계속해서 울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 아파트를 떠나신 게 벌써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