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키우며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는 현명한 아내였습니다.
오늘도 거실에서 아이들 유치원 등교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에서 나오신 시아버지가 남편에게 머뭇머뭇 말을 꺼냈습니다.
” 아들아 3만 원만 주고 가거라.”
하지만 아들은 매몰차게 말했어요.
” 아이 참~ 아버지 아직 월급 안 나와서 돈 없어요.”
시아버지는 출근길에 나서는 아들에게 부탁했지만 아들은 매정하게 거절하고 그냥 나가버렸습니다.

80살이 넘는 시아버지는 매번 이웃 노인들과 노인정에서 만나고 있었어요.
하지만 돈이 없는 시아버지는 다들 노인분들께 얻어만 먹었습니다. 이것이 미안했던 아버님은 한 번이라도 신세를 갚아주고 싶었습니다.

거실에서 있던 며느리는 부자간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죠.
시아버지의 축 쳐진 어깨를 보고 있던 며느리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남편이 출근하는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어요.
다행히 남편이 아직 버스를 타지 않고 있었고 헐레벌떡 달려온 아내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 여보 급히 쓸 때가 있는데 있는 돈 다 주고 가세요.”
” 오늘 동창들 만나는 날인데 잊고 있었네요.”
남편은 투덜대긴했지만 차비만 남기고 있는 돈을 전부 아내에게 건넸습니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고..
시아버지는 아파트 입구 의자에 앉아 한숨만 쉬고 계셨습니다.
” 아버님 이 돈으로 노인정 할아버지분들하고 식사하세요.”
” 죄송해요 아버님 아범이 원래 성격이 그렇잖아요 아버님이 이해해 주세요.”
아버님은 엄청 미안해하시며 한사코 거절하셨지만 며느리는 주머니에 돈을 밀어 넣어드렸습니다.
” 아고 이거 내가 미안해서… 내가 한 번은 노인정 영감들한테 소주 한잔 사야 해서…”
” 고맙다 어멈아 잘 쓰마.”라고 하시면 좋아하셨습니다.
그날 저녁에 남편은 퇴근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얼굴이 꼬질꼬질했어요. 남편은 아이들 꼴이 저게 뭐냐며 좀 씻기라고 했지만 아내는 못 들은 척 다른 일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애들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완전히 거지꼴을 하고 있는 애들을 보고 남편은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 아니 이 여자가 집에서 뭐 하고 있길래 애들 꼴이 저런 거야.”
” 오늘도 나갔다 온 거야?”
” 아무리 바빠도 애들은 씻겨야지 완전히 거지꼴이네 거지꼴.”
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죽일 듯이 째려보며 말했어요.
” 애들 곱게 키워봐야 당신처럼 아버지께 싹수없이 할 것 같아서 그랬다 왜?”
” 자기처럼 아버지 3만 원 드리는 것도 아까워서 벌벌 떨겠고만.”
” 애들은 잘 키워서 뭐해? 당신 보고 뭘 배우겠어? 불효하는 법이나 배우겠지.”
” 나도 늙어서 당신 닮은 아이들 보고 사느니 차라리 지금부터 정 주지 말아야겠어요.”
남편은 아내 말에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조용히 아버지 방문을 열었고 들어갔어요.
시아버지는 아들의 냉담함에 서운하지도 않으신지 반기며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 회사일이 힘들지 않으냐?”
” 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하구나 감기 조심해야 한다 아들아.”
” 며느리가 용돈 넉넉히 주더라.”
” 노인정에서 노인들에게 한턱냈다.”
” 내가 소주 한잔 사면서 우리 며느리가 용돈도 많이 주고 영감들 식사 대접하라고 했다고 자랑좀 했다.”
” 영감들 어찌나 부러워하는지.”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시면서 웃으시는데 아들은 아내 말대로 정말 불효자였습니다.
돈 3만 원이 뭐가 아깝다고.. 못 드렸는지 아들은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에 눈물만 났습니다.

아버지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자식이 배부르고 따뜻한가를 늘 부모는 묻지만 부모의 배고프고 추운 것은 자식들은 마음에 두지 않습니다.
자식들의 효성이 아무리 지극하다 해도 부모의 사랑에는 미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