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아가시라고 김병장님께서 하십니다.”
오늘도 면회를 왔지만 후임 사병이 나와서 말만 전하고 들어갔다.
나의 돌아서는 발걸음이 너무도 무겁다.
제대 얼마 남지 않으니까 이렇게…
그동안 오랜 시간 대학 생활비부터 그를 위해서 물질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이렇게 배신을 당하는 건가…
얼마 전 훈련 중 사고로 다치는 일이 발생하여
국군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을 하였는데
입원이 길어지더니 이젠 면회를 가도 만나 주지를 않는다.
문자로만 그냥 서로 잊자고 한다…
오늘은 그의 오랜 친구를 만나서 꼭 물어보리라.
나는 그의 친구인 인혁을 만났다.
“내가 대학도 못 나온 여자라서 이렇게 싫어졌다고 하던가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인혁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를 못한다.
어느덧 그와 헤어진 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를 잊었고 그 때문에 몇 번 만나게 된 인혁 씨와 애인 사이가 되어 버렸다.
한편으로는 그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그의 친구인 인혁을 만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만나지 1년이나 되었는데 여행 한 번 갈래요?”
인혁이 물었다.
“네…”
나도 그러자고 했다.
사실 작은 회사에 다니다 보니 일손이 모자라서
여행다운 여행은 다녀온 지가 오래되었다.

우리는 인혁이 잡아 놓은 남한강변의 펜션으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그날 저녁 술 한잔한 후 강변을 거닐면서
꼭 이곳에 함께 오기를 바랬다고 인혁은 말했다.
“미안하다 친구야…우리 이곳에 함께 왔다.”
인혁이 강변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이 말은 절대 너에게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이곳이 그의 유골을 화장해서 뿌린 곳이라고 한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잊혀졌던 지난 시간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지나가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1년 전 훈련 중 사고로 군 병원에 갔을 때 암이 발견되었고
너무 늦은 상태여서 손을 쓸 수가 없었으며…

그것 때문에 나를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는 인혁의 말에…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눈물만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강물 위고 흘러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목놓아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