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후반 여성입니다.
20년 전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남자친구와 함께 유학을 가기로 했었어요.
그때 당시에 아빠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었고 우리 집 외동딸인 저는 회사 운영을 물려받기 위해서 경영학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아빠의 권유로 유학을 가기로 했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남자친구가 있었고 남자친구와 헤어질 수 없었던 저는 아빠와 말다툼을 해야 했습니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아빠는 결국 남자친구와 같이 유학을 가길 원하셨습니다.
물론 남자친구 학비도 저희 아빠가 전액 내주기로 하고 말이죠. 남자친구 부모님 쪽에서는 저를 공부 떠받들듯이 잘 대해주었습니다.
대학 3학년인 저희는 졸업과 동시에 유학길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저는 남자친구 가족들이 얼마나 가식적인 인간들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잘나가던 아빠 사업이 제가 졸업을 하던 그해부터 기울기 시작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유학도 포기해야 했어요.
저는 남자친구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어요.
” 우리 유학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아.”
” 아빠 사업이 요즘 잘 안돼서 힘들어.”
저는 너무 속상해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 아~ 우리 엄마가 여기저기 유학 간다고 자랑하고 다녔는데? 미치겠네.”
” 큰일 났네 우리 엄마 엄청 화낼 거 같은데.” 남자친구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남자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가끔 연락이 되면 첫마디가..
“요즘 너네 아빠 사업은 어때? 좀 좋아졌어?”라고 묻다가는 저는 지금도 힘들다고 말하면…
” 야! 나 바쁘니까 끊어”라고 전화를 끊어 버리고는 다시 한참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그때 당시 사업 때문에 부모님도 힘겨운 시간이었고 저도 참 힘든 시간이었는데 남자친구까지 싹수없이 행동해서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아 남자친구 집에 찾아갔어요. 집에는 남자친구 엄마만 있었는데 저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는 듯했어요.
“어머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제가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 엄마의 표정은 싸늘하다 못해 사납게 구겨졌는데요.
“네가 여기는 웬일이냐?” 라며 저에게 쏘아붙였어요.
“어머님 무슨 일 있으세요?” 제가 당황한 채 물었고,
“우리 수호 집에 없는데 무슨 일이니?”
“그게 아니라 요즘 수호 씨가 연락이 잘 안 돼서요.”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연락이 안 되면 그런 줄 알아야지.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찾아오길.”
남자친구 엄마가 혼잣말을 하듯이 말을 했는데, 마치 제가 듣기를 바란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말을 했어요.
“우선 안으로 들어오너라. 동네방네 시끄럽잖니?” 라며 짜증을 냈어요.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않아라, 근데 딱히 먹을 게 없는데 물이라도 한잔 주랴?”
“네, 저는 괜찮아요”
제가 눈치를 보며 말을 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당장 뛰쳐나왔어야 했네요.

그렇게 남자친구 엄마는 물을 가져오셨고,
“그래 무슨 일이니?”
“수호 씨가 연락이 계속 안돼서요”
“넌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떡하니? 연락이 안 되면 남자 마음이 떠난 줄 알아야지.”
“저한테는 그런 말 한적 없는걸요?” 제가 놀라서 물었고,
“그러니까 네가 걱정이라는 거야. 어쩌면 그렇게 눈치가 없니.”
“그리고 우리 수호 곧 결혼해서 유학 간다.”
남자친구 엄마 입에서 그 말이 툭 하록 튀어나왔는데요.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너도 마음 정리하거라.”
“우선 수호 씨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 할거 같아요. 우리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어요.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
제가 놀라 벌떡 일어나서 말했더니, 제 얼굴에 물을 확 끼얹어 버렸어요.

“너 지금까지 내 말 못 들었어?
우리 수호 결혼한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수호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 마!
그러기만 해 봐. 내가 너 아주 가만 안 둘 거야.”
난생처음 물벼락을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동안 부모님 품에 쌓여서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았는데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똑바로 알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남자친구와 그렇게 헤어졌어요.
저희 아빠 사업이 기울자 저를 버린 거더라고요.
아빠는 끝가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백방으로 노력해서 다시 사업을 일으키셨어요.
그 사이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잘 사는 집안은 아니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반듯하고 순수한 사람이에요.
하루하루 행복해하며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날 그 사람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을 해서 집에 갔는데, 도우미 이모님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이번에는 봉 잡았어! 이 집 여편네가 사람이 맹해서 그냥 대충 해도 별말을 안 해.
그냥 돈만 많아서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거지. 어쨌든 돈 좀 빌려줘봐, 급해서 그래”
상대방이 돈이 없다고 했는지..
“내가 우리 수호만 그리되지 않았어도 이렇게 안 사는데.”라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세월도 흐르긴 했지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얼굴이 엉망이 돼서 제가 못 알아봤나 봐요.저도 못 알아봤지만 그분도 저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제가 온 줄도 모르고 계속 통화를 하다가 주방 쪽으로 걸어가는 저를 보고는..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깜짝 놀라서 물었어요.
주방 식탁은 과자봉지와 빈 맥주캔에 엉망이었어요, 그 사람 얼굴도 취기가 가득해 보였고요.
“평소에도 이랬던 거예요? 하루 종일?”

“아니에요, 오늘 처음이에요 제가 속이 좀 상한 일이 있어서요”
“됐으니까 내일부터 오지 마세요.”
“사모님 왜 이러세요? 딱 한 번 실수잖아요.”라고 말을 하는데 혀가 꼬일 대로 꼬여서 발음도 정확하지 않더라고요.
“됐으니까 그만 나가 보세요”라고 제가 말을 했더니.
“에이 더러워서 진짜! 돈만 많으면 다야? 나보다 한참 어린 것이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저에게 소리까지 질렀어요.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더니…
“됐으니까 이만 나가시죠.”
“당신 너무 그렇게 잘난척하지 마. 인생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
“나도 잘 나가던 사람이었어, 우리 수호만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그러니까 당신도 남편 믿고 너무 까불지 마. 누가 알아? 당신 남편도 그렇게 가버릴지.” 라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을 했어요.

그 순간 저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예전에 당한 일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신탁위에 있던 맥주컵을 들고 그 사람 얼굴에 확 뿌려 버렸어요.
“당장 나가! 안 나가면 당신 회사에 전화해서 이일마저도 못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 말에 그 사람은 허겁지겁 집을 나갔어요. 예전에 당한 수모를 그렇게 갚아주게 되어서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말이죠.
그렇게 그 사람이 가고 난 후 그 사람 말이 생각나서 수호에 대해 수소문을 해봤어요.
친구들 말에 의하면 유학도 중 파티에 참석했다 돌아오던 길에 사고가 나서 이미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고 때문에 그 집안도 풍비박산이 났다고 합니다.
수호가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인생 한방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수호 엄마는 참 한심했습니다.
참 인생 알 수 없다는 게 자기 팔자를 말하는 건지… 남에게 악담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꼴이라니.. 하늘이 도와서 저 여자와 인연이 어긋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