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언니는 엄마와 잘 지내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엄마가 어떤 잔소리를 해도 묵묵히 참고 견뎌냈거든요.
큰오빠 부부가 한참 결혼 준비를 할 때 엄마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렸거든요.
” 너희들 신혼집 말이다.”
” 이 금방 아파트로 들어오는 건 어떻겠니?”
새언니는 회사 근처에 집을 얻고 싶어 했고 엄마는 엄마 집 근처로 큰 오빠가 집을 얻기를 바랐어요.
” 어머니 그럼 회사랑 거리가 너무 멀어져서 힘들 거 같아요.”
하지만 엄마는 고집을 부렸어요.
” 니들 젊은데 힘들긴 뭐가 힘들어?”
”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거 아니겠니?”
” 니들이 가까이 있어야 내가 오며 가며 집 청소도 해주고 봐줄 거 아니냐?”
엄마의 입에서 기가 막힌 말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바람에 큰 오빠가 놀란 채 외쳤어요.

”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 엄마가 왜 우리 집 청소를 해줘?”
” 이제야 엄마한테 해방되는 건데 엄마는 우리 집 출입 금지야!”
” 그리고 우리는 최대한 본가랑 떨어진 곳에다가 신혼집을 구할 거야.”
” 엄마! 엄마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그동안 엄마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 엄마 그러는 거 병이야 병! 난 이제 자유롭게 살고 싶어.”
” 엄마는 거의 결벽증 수준이잖아!”
사실 우리 엄마는 결벽증이 있다고 할 정도로 청소에 집착하곤 했습니다. 우리 삼 남매는 빨리 독립해서 자유를 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거든요. 한마디로 그 청소에서 해방되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뒤로 신혼집을 본가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곳에 구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집착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청소를 해주겠다면 큰오빠 집에 갔어요. 큰 새언니는 많이 착한 사람으로 화를 절대 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는 30분 거리를 매일같이 큰오빠 집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어요. 심각한 건 아침 7시만 되면 어김없이 큰오빠 집에서 초인종을 눌렀다고 했습니다.
집에 들어선 엄마는 집안 살림을 전부 꺼내놓고 청소부터 했다고 해요.

” 얘! 니가 일을 다니는 건 알고 있지만 집이 이게 뭐니? 더럽잖니.”
” 집안이 개판 오 분 전이 구만 그리고 싱크대도 정리 정돈이 하나도 안 되어 있고 당분간 내가 와서 청소해 줄 테니 그런 줄 알고 있어라.”
” 니들은 얼른 출근 준비나 하고 내가 알아서 청소 잘해줄 테니까.”
결국 그렇게 착하던 새언니도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습니다. 큰 오빠는 화가 나서 엄마와 연을 끊겠다고 나왔습니다.
큰오빠 부부는 결국 본가에 발길도 하지 않았고 엄마는 그 모든 탓을 새언니 책임으로 돌렸어요.
그렇게 조용해진 저희 집에 작은 오빠 예비 새언니를 소개하면서 사단이 또 한 번 나기 시작했어요.
작은 오빠는 엄마가 큰 오빠 집에서 한 행동을 보고 경끼를 하며 절대 자기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런데 그런 작은 오빠가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고 제가 놀라서 작은 오빠에게 물었어요.
” 오빠! 엄마한테 질려서 절대 결혼 같은 거 안 한다며?”
그런데 오빠는 피식 웃으며 말했어요.
” 어 그럴 생각이었는데 우리 집안하고 아주 딱 맞는 여자를 만났어.”

그리고 며칠 뒤 둘째 새언니를 데리고 왔고 순딩 순딩하니 순해 보였어요.
엄마는 청소를 잘해야 한다고 주저리주저리 큰 새언니 흉을 보면서 말했고 본인은 더러운 꼴 못 보니 각오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둘재 새언니가 웃으면서…
” 어머님! 이제부터는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제가 취미가 청소거든요.”
” 저도 지저분한 걸 잘 못 봐서요.”
” 어머님! 제가 이래 봬도 청소 전문가거든요.”
” 그래서 앞으로 집안 청소는 제가 다 할 테니까 손도 까닥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엄마는 내심 기분이 좋아 보였고 신나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었는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는데요.
양가 부모님들은 날 잡아 양가 상견례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둘째 오빠 상견례 날 안사돈 어르신의 주옥같은 말씀을 남기셨어요.
” 저기 우리 딸이 청소 하나는 아주 기가 막히게 합니다. 앞으로 사부인 댁도 호텔보다 깨끗해지는 기적을 맛보게 될 겁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난 다음 주에 둘째 새언니가 아침 일찍 본가로 왔는데요.
집에 오자마자 작은 새언니가 집안에 물건들을 들여놓기 시작했습니다. 물건들을 자세히 보니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청소 용품들을 가지고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로 어머 어마했습니다.
” 어머니! 앞으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놀란 엄마는…
”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내가 그동안 나름 청소를 잘했거든 그냥 대출해도 될 거 같은데,,,”
하지만 새언니는 물러서지 않았고..
” 어머님! 대충이라니요? 정소를 함에 있어서는 절대 대충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어머니는 결국 새언니가 청소하는 동안 이모집에 있었고 저녁 6시쯤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큰소리를 치며 말했어요.
” 너 아직까지 청소하고 있는 거야? 너 혼자 저 큰 냉장고는 어떻게 옮긴 거야?”
둘째 새언니는…
” 저만의 노하우가 다 있어요.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 어머님! 근데 집이 지저분해도 너무 지저분해요.”
” 싱크대 안쪽에 먼지가 쌓여 있는 거 모르셨죠?”
” 거기다 냉장고 밑에도 진짜 어마어마했어요.”
” 더러워 죽는 줄 알았어요.”
둘째 언니가 평소 청소에 자신감이 충만했던 엄마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었습니다.
언니의 청소는 끝날 생각을 안 했고 엄마는 조심스럽게 둘째 언니에게 물었어요.
” 저기 말이다. 너 이만 가봐야 하지 않겠냐?”
하지만 둘째 새언니는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 그이한테 미리 말했어요. 저 여기서 자고 가야 할 거 같다고..”
엄마는 이런 상황에 많이 당황하셨는지…
” 뭐! 집 놔두고 여기서 왜 자고 가? 얼른 니네 집에 가”
하지만….
” 안 돼요 어머님! 한번 시작한 건 끝을 봐야 하거든요.”
” 어머님은 저 상관하지 마시고 그냥 쉬고 계세요.”
새언니 청소는 계속되었고 새벽에 5시에 일어나서 또다시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아빠가 엄마한테 짜증을 냈고요
” 맨날 그렇게 청소에 미쳐 살더니 청소 귀신 붙은 며느리 들어와서 아주 좋겠다 좋겠어.”

다음날 둘째 새언니가 정말이지 미친 듯이 청소만 했거든요. 또 다음날은 마치 입주 청소하는 것처럼 거실에 있는 모든 살림살이를 치우더니 거실을 물바다로 만들어 놓고 밀대로 왔다 갔다 밀고 있었는데요.
그때쯤 엄마가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엄마는 결국 작은 오빠에게 도움을 청했고..
” 나도 몰라 한번 청소 시작하면 누구 말도 안 들어 아마도 그냥 내버려 둬야 할걸. 말리면 더 날리 날걸? 엄마 그냥 내버려두어.”
둘째 새언니는 3박 4일을 청소를 하고서야 집으로 돌아갔고 가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님! 제가 주기적으로 와서 청소해 드릴 테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엄마는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고…
” 왜요 어머님? 어머님도 형님 집에 가서 그렇게 하셨다면서요?”
” 그런데 많이 서운해하시면서 형님 보고 못돼 처먹었다고까지 하셨다면서요.”
” 저 오지 말라고 하시면 어머님도 못된 거네요?”
엄마는 아무 말도 못 했고 그 뒤에 다시는 청소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으셨어요.
알고 보니 큰오빠 부부와 작은 오빠 부부는 자주 만나는 사이였고 작은 새언니 집에 초대받아서 갔는데 집이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았어요.

” 언니 결벽증 아니었어요?”
둘째 새언니는 피식 웃으며 말했어요.
” 아가씨! 뭐가 이상한가요?”
” 아 그거요 사실 그거 전부 우리가 계획적이었던 거였어요.”
” 형님이랑 아주버님한테 이미 다 들었거든요.”
” 그래서 전부 짜고 쇼좀 했어요.”
” 저희 부모님이 청소 업체 운영하시거는요 청소는 원래 제게 좀 잘해요. “
” 하지만 결벽증 정도는 아니에요.”
” 그렇게 안 하면 어머님이 변하지 않을 거 같아서요.”
” 사실 아버님도 알고 계셨어요.”
” 어머님 결벽증 때문에 부모 형제간에 안 보고 살면 안 되잖아요.”
이렇게 이제 저희 집은 엄마의 청소 집착은 끝이 났고 평화로운 날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