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되던 겨울방학에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 오빠를 모두 세상 떠나보냈고 저는 혼자 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믿을 수 없었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게 너무 무섭고 겁이 났습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저도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가 있는 곳으로 따라가려고 한강대교로 향했습니다.

대교 난관에 서있다 보니.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나를 반기기라도 하듯 지난 간 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며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렇게 겨우 19살에 어린 나이에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나에게 생겼는지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한참을 울고 있었는데 울다 보니 조금씩 밝아지면서 강물이 너무 이쁘게 보였습니다.

넋을 놓고 멍하니 강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 이렇게 이쁜 강에 뛰어내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뛰어내리려고 하는 순간…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가다가 내 뒤에 멈추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제가 서있는 난관으로 오더니 옆에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서있다 이번에는 저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라 누가 내 손을 잡든지 말든지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어요.
그러고는 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냥 멍하게 쳐다봤는데 그 학생도 저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 새벽 공기 좋지?”
이상하게 그 말에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세상에 미련이 있었나 봅니다.
저는 또 펑펑 울어버렸고… 그 학생이 또 말했습니다.
” 춥지 않아.” 그 소리에 저는 크게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학생인데도 오래된 친구처럼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저는 한참을 그 학생에게 안겨 울었고 저도 모르게 그 학생에게 모든 것을 말했습니다.

” 나는 이제 세상에 혼자야.”
” 우리 부모님과 오빠가 교통사고로 나 만두고 세상을 떠나버렸어.”
” 나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 엄마 ,아빠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그 친구는 한참을 듣고 있다가 말했습니다.
” 너는 소중한 아이야.”
” 부모님도 너를 소중히 여기셨을 거야.”
” 힘들어하지 마 내가 곁에 있어줄게…”
” 약속할게…”
오늘 처음 본 그 친구의 말은 저에게 아주 큰 위로가 돼었습니다.
그렇게 그날 이후로 그 친구는 저를 정말 항상 곁에서 따뜻하게 지켜주었습니다.
비록 학교는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항상 반찬을 챙겨서 가지고 왔고 혹시라도 내가 우울해할까 봐 항상 기분을 살피고 저를 즐겁게 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녁은 항상 저와 함께 먹으려고 노력했고 같이 공부를 하고 저녁 늦게야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매일 자전거로 운동을 하는 친구는 그날 한강대교를 지나다가 내가 난관에 서있는 모습에 죽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순간 너무 놀라서 경찰에 신고를 할까 했지만 내 표정을 봤는데 너무 슬퍼 보였고 그 모습에 자기도 눈물이 핑 돌아서 저에게로 다가오게 된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는 항상 나에게 보호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외로워할 틈을 주지 않았어요.
그렇게 우리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원룸을 구해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25살 때까지 20대의 절반을 항상 같이 보냈어요.

정말 가족처럼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그런 사이로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큼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불행의 그림자는 또다시 나에게로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멀쩡하게 아침에 나갔던 친구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정면에서 달려오는 트럭이랑 충돌사고로 이별할 틈도 없이 너무도 황당하게 이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빼앗아 가는지 왜 나에게 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든 게 전부 내 잘못인 것 같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거 같았습니다.
나를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한 사람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낸 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서면 친구가 웃으며 나올 거 같아.. 매일 현관문을 열며 친구가 없음매 괴로웠습니다.
한 달을 밥도 못 먹고 울기만 하다가 세 번이나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내 친구가 나한테 알려주고 간 게 너무 많았거든요.
” 넌 꼭 행복해져야 되는 사람이야.”
” 알지?”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그래서 나 내 친구 생각해서라도 용기 내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해서 올 초에 취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친구랑 같이 살던 원룸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둘 다 돈 없을 때 구한 거라.. 반지하에다가 좀 허름한데.. 그래도 난 이 집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아늑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작게나마 친구 흔적 남겨놓고 매일매일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그 친구 간지 딱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정말 벼랑 끝에 있던 날.. 다시 세상으로 끌어당겨주고 살게 해 주고..
웃게 해 준 내 친구.. 진짜 너무 멋지고 대단하지 않아요?
나 정말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친구가 나 살려준 게 헛된 일이 되지 않게…
그리고 나중에 나도 하늘나라로 가면 친구가 그때 내 손잡아 준 것처럼 나도 친구 손 평생 잡아줘야 합니다.
정말… 세상에 정말 행복한 일도 많고… 누구에게나 소중한 사람도 꼭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