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7개월 남짓한 결혼 생활이었지만 정말이지 지옥 같았다는 표현 말고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제가 사람을 잘못봐도 너무 잘못 봤다 생각했고,마치 뭐라도 된 것처럼 아픔이 있는 사람을 제가 치유해 주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거라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외동딸이라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살았어요. 그래서 세상 무서운 게 아무것도 없었고 그 어떤 나쁜 사람이라도 내면은 착한 심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시댁 쪽은 집안 형편이 좀 어려웠고, 단순히 가난한 것을 넘어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시아버지라는 사람이 전과도 있고, 남편이 어릴때부터 매일 술에 사고에 심지어 가정폭력까지 심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견디다 못해 남편이 중학교 입학할 때 쯤 시부모님은 이혼은 하셨고, 그 뒤로도 시아버지의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몇번의 폭력 전과가 생겼고 지금도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는 중이에요. 진작에 이혼하고 남남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남편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친척들로부터 소식은 종종 듣는 거 같더라고요.

직장 생활 하면서 주변 사람의 소개로 만난 남편은 성실하고 바른 사람처럼 보였었는데, 왠지 모르게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조금 어려워했고, 본인이 가진 능력에 비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그게 전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당한 괴롭힘 때문이라 생각하니 제가 더 마음이 아프고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3년 연애 끝에 결혼을 했어요. 시어머니는 예전 트라우마 때문에 정상적이 직장 생활을 못했고 정신과 상담도 받고 계신 상황이라 신혼집은 시댁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정했습니다.
남편이 결혼 전 번돈으로 어머님과 1억 2천에 전세를 살고 있었기에, 남편 돈은 그대고 두고 신혼집 부터 혼수까지 제가 준비해서 결혼했어요. 저도 돈이 많지는 않아서 부모님께 1억을 지원받고 모자란 돈은 대출을 받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처음부터 저희 결혼을 반대하셨어요. 집안 형편 차이는 둘째치더라도 시아버지가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과 시어머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기에 결혼하지 않았으면 하셨거든요. 진짜 그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저는 당시에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도 컸었고, 내가 이 사람을 품어줄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결혼생활이 반년 조금 넘은 지금에 와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이혼을 결심하게 됐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했었는지 후회하고 있어요.

일단 결혼하고 두 달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모든 일이 너무 순조로웠고 이대로만 가면 제 결혼생활은 행복한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댁에서 어머님과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님께서 굉장히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며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욕까지 하시더라구요. 그날 어머니께서 찜닭이 먹고 싶다하셔서 포장해서 가져갔는데 생각보다 조금 매우셨는지 계속 맵다맵다 하셨거든요.
“어머님 매우세요? 물을 좀 더 붓고 한 번 더 끓일까요?”
“아니다 괜찮다.”
하고 고기를 좀 더 드시더니 갑자기 자기한테 이런 거 먹고 죽으라고 사 온 거냐며 화를 버럭 내시는 겁니다. 숟가락을 집어 던지시고 화를 내셔서 너무 당황했는데, 남편은 늘 있었던 일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고 있더라구요.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물어보니 시어머니는 자주 그러신다고 신경 쓸 필요 없고 하루 지나면 다 잊어버리신다고 하면서 저한테도 오늘 일데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서 큰 충격이었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쿵쿵 크게 뛰는 느낌입니다.
그 이후로도 어머님께서는 정말 별거 아닌 일로 크게 화를 내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일이 자주 있었어요. ‘사과가 맛이 없다’, 새로 산 옷이 마음에 안 든다’ 정말 황당했던건 티비에 어머님이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리모컨을 집어 던지신 적도 있었어요.
저는 이런 어머니의 모습이 걱정되면서도 너무 무섭기도 해서, 남편에게 좀 더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그때마다 남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미 정기적으로 상담도 받고 약도 드시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단 소리만 계속하더라고요.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남편은 그런 성격이 아니었고, 서로 작은 말다툼만 하더라도 항상 저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하며 싹싹 빌었어요. 그런 모습의 남편이 있었기에 시어머니의 문제 있는 행동도 참고 살았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남편의 말과는 달지 시어머니의 꼬장과 난동은 점점 심해졌고, 그 꼬장이 다른 곳이 아닌 저한테로 향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 화가 났고, 남편에게 어머님의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큰 병원이나 확실한 기관에서 치료를 받으시게 좋을 거 같다 이야기했더니, 지금까지 한 번도 큰소리를 내거나 저한테 화를 낸적 없던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그럼 우리 엄마가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거야? 당신이 너무 귀찮게 하니까 짜증 나서 저러시는 거잖아!! 그냥 제발 가만 좀 놔두라고!!”
라고 화를 내더니 제가 놀라서 아무 말 못하고 있자, 급하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화낸 게 아니라 그냥 답답해서 한 말이라며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고, 그 이후로 시어머니에 이어 남편마저 본인 뜻대로 일이 안 풀리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특히 시어머니 문제로 말을 꺼내면 정말 심하게 화를 냈고 아무 문제 없다면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라는 식으로 소리를 질렀어요.
나중에는 저까지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라서, 평소에 잘 웃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던 제가 작은 일에 신경질 적으로 반응하게 되면서 그 인간들이랑 똑같아지더라고요.
한 번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기분이 좋을 때 저는 두사람의 폭력적인 모습이 너무 무섭고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시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너가 문제라고 생각 안 해봤냐? 나랑 내 아들이 성질이 더러운데 그걸 이제 와서 어쩌라고 그런 성실알면 너라도 집에서 입 닥치고 살아야지, 같이 대들면 되겠냐? 원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거야.”
그런 말까지 들으니 지금껏 참고 살았던 제가 한심하게 느껴졌고 이 결혼생활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혼자만 이혼을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시어머니가 저희 집에 찾아오신 적이 있었어요. 커피와 과일을 대접해 드렸는데 또 제가 탄 커피가 맛이 없다며 제가 집에서 살림을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슬슬 꼬장을 부리더라고요.
“네가 살림을 똑바로 못하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이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 수 밖에 없어.” 라고 하면서 은근슬쩍 합가 이야기를 꺼내시는 겁니다. 저는 한번도 합가는 생각해 본 적 없고, 안 그래도 남편이랑 이혼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어머니한테 합가 이야기를 듣게 되니 바로 정색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어머님이랑 같이 못 살아요. 맨날 저한테 화만 내시고, 요즘 들어선 제가 하는 일이 다 마음에 안 드시잖아요. 그냥 아들 데려다가 아들이랑 둘이 사시던지 하세요.”
라고 이야기했더니 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니 손에 들고있던 리모컨을 저한테 집어 던지시더라구요. 그 뒤론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이 쏟아졌고, 저보고 어디서 말을 그따위로 하냐면서 죽이네 살리제 하시는 겁니다.
리모컨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더니 저도 이성을 잃었었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시어머니 머리채를 잡고 흔들고 있더라구요.
“제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라, 어머님이 자초하신 일이에요. 성질 더러운 사람 건드리는 거 아니라고 하셨죠? 이젠 저도 제 성실대로 할 테니까 어디 한번 맘대로 해보세요.” 라고 이야기하곤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어서 현관문 밖으로 내동댕이 쳐버렸습니다.

그렇게 시어머니를 쫒아냈고, 남편 물건도 옷이며 노트북이며 전부 현관 밖으로 집어던져 버렸습니다. 어차피 이 집은 저와 저희 친정 부모님 돈으로 얻은 제 집이고, 혼수도 제 카드로 다 했거든요.
얼마 안 되는 남편 짐을 현관 밖으로 다 집어던져 놓고 사진을 찍어서 문자로 보냈어요. “당장 와서 짐 가져가고 너는 너네 엄마랑 둘이 살아”라고요.
얼마 후에 남편이 너가 엄마 머리채 잡았냐고 따지길래, 내가 먼저 던진 물건에 맞았다고 고소하고 싶으면 고소하라고했어요. 이혼은 이혼대로 진행할거라고 했더니 자기도 저 같은 여자랑 더 이상 못 살겠다 하더라고요.
시어머니랑은 어차피 쌍방이라 더 이야기 할 필요도 없었고, 남편과도 빠르게 도장 찍고 결혼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어요. 자기들이 패악질 할때는 저보고 이해하라고 하더니 제가 한번 뚜껑열려서 화내니까 그렇게 못 참을 정도로 분하고 억울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