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어느 날 엄마가 제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왔습니다.
“상견례 장소는 예약한 거야?”
” 아직 한 달 정도 남아서 알아보고 있어 엄마!”
” 엄마 내가 들어보니까 예비 시어머님은 상견례 전에 피부관리도 받는다고 하셨대. 그러니까 엄마도 나랑 같이 가서 피부관리받자.”
” 피부관리? 됐어 지금 이 나이에 그런 거 받아서 뭐 한다고 그런 걸 받아.”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엄마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뭔가? 고민이 있어 보이셨습니다. 엄마는 어렵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요.

” 희진아!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 엄마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상견례랑 혼주석 말이야. 아무래도 교수님이 나가는 게 나을 거 같아.”
사실 지금 엄마는 저를 키워주신 엄마시고 친엄마는 대학교에서 교수로 교편을 잡고 있었습니다. 친엄마와 아버지는 대학 때 만났고 사귀다 보니 제가 생겼다고 했고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채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출산을 하는 동안 학교를 휴학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그로 인해 친엄마의 불만은 어머어마했다고 하는데요 어느 날 생모가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선포했다고 했습니다.
“휴학을 하려면 같이 해야지 저만하는 건 불공평한 거 같습니다.”
” 우리가 몇 번이나 설명했잖니 넌 출산하고 바로 다시 공부 시작하라고 우리가 학비도 다 대준다니까.”
” 그래도 제가 너무 손해 보는 거 같아서 싫어요.”
” 그런 넌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 당연히 남편도 휴학을 햐야죠”
“그것도 몇 번이나 설명했잔니. 한 사람이라도 빨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아야 할 거 아니야. 곧 출산해야 하는데 나중에 뭐 먹고살려고 그래?”
할머니가 계속해서 생모를 설득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생모의 고집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학비 보태줄 생각 없으니까 니들이 알아서 살라고 하셨고 작은방 하나를 얻어 주고는 연락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 뒤 아빠는 대학을 휴학한 채 이런저런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어요 막노동부터 안 해 본 일이 없다네요. 하지만 아빠가 휴학을 했음에도 생모는 불만은 끝이 없었고 결국 생모는 저와 아빠를 버리고 집을 나가버렸고 그렇게 아빠와 저는 둘이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생모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고요. 아버지는 얼마 후 재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새엄마 밑에서 사랑으로 잘 자라게 되었어요.
엄마는 항상 저를 정말 지극 정성으로 친자식처럼 키우셨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비가 올 때면 엄마는 학교로 우산을 가지고 오셨는데요 엄마와 손을 잡고 가고 있을 때였어요. 차에서 어떤 여자가 내리더니 다짜고짜 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 희진아 너 희진이 맞지?” 순간 엄마가 제 손을 더욱 세차게 잡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엄마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 나 희진이 엄마예요.”
” 당신이 희진이 새엄마죠?”
” 희진아 기억 안 나? 내가 니 엄마야!”
엄마는 제 손을 잡으려고 하는 생모에게서 저를 본능적으로 뒤로 감췄습니다.
” 희진이 놀라니까 이러지 말고 아이 아빠랑 얘기하세요! 그만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생모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습니다.
” 새엄마 주제에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야! 당신 착각하지 마. 내가 희진이를 낳은 사람이야 저리 비켜!”
생모는 그 뒤로도 저를 자주 학교로 찾아왔고 어느 날 생모가 제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 희진아 너 공부 잘한다며? 그게 다 이 엄마를 닮아서 그런 거야”
” 너 지금 엄마 직업이 뭔 줄 아니?
” 엄마가 말이야 교수야 교수!”

친모는 뻔뻔하게 재혼을 했지만 불임으로 다시 이혼을 했고 그 뒤로 하나밖에 없는 저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뒤에도 생모가 저를 쫓아다녔지만 저는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결혼 소식을 듣고 생모가 혈안이 된 채 물불 가리지 않고 난리를 쳐대기 시작했는데요. 생모인 당신이 상견례 자리부터 혼주석까지 앉아야 한다며 우겨대기 시작했으니까요.
생모는 양심이 없어도 너무나 없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저를 키워준 엄마는 항상 생모 때문에 마음 졸이며 사셨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 단지 내 카페에 엄마와 생모가 앉아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손발이 떨려 왔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내용을 듣기 위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 누가 보더라도 교수인 엄마가 더 나은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희진이를 생각한다면 이럴 때는 그냥 물러나는 게 맞는 거예요.”
” 아무리 못 배웠다고 해도 그 정도 판단은 할 수 있는 거죠?”
” 내가 희진이 예비 시어머니도 만났거든” 생모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 시어머니도 내가 희진이 친모라고 하니까 거기다 교수라고 하니까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화가 났고 생모의 만행을 더 이상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 내가 우리 집안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죠? 지금껏 나 몰라라 해놓고는 이제 와서 엄마?”
” 당신이 왜 우리 엄마야?”
” 교수? 교수가 그렇게 대단해? 당신 각오해 내가 그 교수 못하게 해 줄 테니까.”
” 내가 당신 학교 게시판에 당신 만행을 전부 다 올릴 테니까 그런 줄 알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람이 이러고 다닌 거 알면 학교에서 참 좋아하겠네요.”
” 왜 내가 못할 것 같아?”
제 말에 생모가 혼비백산한 채 카페를 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역시나 생모는 자기 인생이 훨씬 중요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제 앞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예비 시어머니를 만나서 조용히 물었습니다.
“어머님! 혹시 제 생모라는 사람 만나셨어요?”
” 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네~ 생모한테 다 들었어요.”
” 그랬구나 혹시 네가 민망할까 싶어서 그냥 모른 척하려고 했는데 다 들었구나?”
” 자기가 교수라면서 상견례랑 혼주석에 생모인 자기가 앉고 싶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내가 그랬어.”
” 그런 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니까 며느리 가족들이랑 상의하라고, 근데도 막무가내로 나한테 빌다시피 하는 거야.”
” 니 새엄마를 어찌나 못 배웠다고 깔보던지 나도 대학 문턱도 못 밝아 봤다고 버럭 했잔니 많이 배웠으면 뭐해.. 인성이 그 정도인데..”
” 그 자리에 당연히 너를 키워주신 안사돈이 앉는 게 맞는 거지 이제 와서 생모 타령을 하고 앉았어.”
” 생모를 보고 나니.. 안사돈이 얼마나 너를 잘 키워주셨는지 알겠더라.”
알고 보니 친모는 우리를 버리고 갔지만 교수가 된 것 말고는 또 이 혼도하고 자식도 낳을 수 없는 불임이라 충격을 받아 술로 살며 알코올 중독 증세도 있었고 정신과도 드나들며 치료를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잉과 응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대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