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결혼 생활 10년 차 평범한 부부입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집에서 TV나 보면서 푹 쉬어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아침부터 저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 자기야 나 오늘 백화점에서 옷 하나 사고 싶은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두되지?”
” 세일이 오늘까지라서… 꼭 사고 싶단 말이야!”
지금까지 쥐꼬리 월급으로 살림을 잘 꾸려 온 아내였지만 힘들게 야근까지 해 가며 고생하는 남편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비싼 백화점 옷을 산다고 할 수 없을 텐데… 저는 아내에게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는 평소와 다르게 백화점 타령을 계속해서 했습니다.
”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정말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야.”
” 잠도 못 잤어 옷이 눈에 아른거려서..”
저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고 그러면 안 되지만 아내에게 소리를 치고 말았습니다.
” 이 사람이 정말.. 무슨 아침부터 백화점 타령이야!”
” 우리 형편에 비싼 백화점 옷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 당신 요즘 왜 그래?”
” 남편이 야근하고 얼마나 힘들까 이런 생각은 안 하나?”
” 그런 돈 있으면 남편 보약이나 챙길 생각은 안 하고 말이야? 철이 없어?”
아내는 계속되는 잔소리에 놀랐는지 아무 말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나는 더 이상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기 불편해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화가 많이 났는지 갑자기 따지기 시작했어요.
” 내가 무슨 다이아몬드를 사달래서.. 명품 백을 사달래서? 세일하는 옷 하나사달라고 한 거 가지고 사람을 몰아붙여..”
” 당신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 나는 집에서 놀았나 나도 살림하느라 힘들어!”

아내는 많이 서운했는지 한참을 푸념을 늘어놓고는 울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어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러고 보니 몇 년째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 입고 적은 월급을 쪼개 적금이랑 주택부금이랑 붓고 하는 알뜰한 아내였습니다.
다음날 아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침상을 차리고 있었고 밥을 먹는 동안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어요. 정적이 한참을 흐른 후에야 아내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 열무김치가 맛있게 익었네.. 자기도 먹어봐 맛있어.”
” 오늘은 집안 대청소나 해야겠다.”
” 오늘 일찍 들어올 거지?”

저는 무뚝뚝한 성격이어서 그런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하고 있었고 그저 현관문을 나서면서 한마디 했어요.
” 대청소는 내일 하고 백화점이나 다녀와.”
” 옷 사고 싶다며..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날 저녁 평소와 똑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는데 아내가 밝은 미소로 현관 앞까지 뛰어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 자기야 빨리 들어와 봐요.” 아내는 나의 팔을 잡아끌고 방으로 데려가더니 외투를 벗기고 나에게 외투를 입혔습니다.
” 어머 자기야 너무 잘 어울린다. 색깔도 딱이네..”
” 역시 우리 신랑 옷걸이 하나는 죽인다니까.”
” 어제 당신 옷 사려고 물어본 건데..”
” 자기가 내 옷 사는 줄 알고 화내길래.”
” 나도 열 좀 받았어. 날 그렇게 몰라 자기는?”
” 자기 봄 재킷 벌써 몇 년째 입어서 낡아서 사려고 했거든.”
내가 아내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천사 같은 아내에게 정말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보 같은 남편을 용서해 여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