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는 중학교 때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때 당시엔 학생이 임신하면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엄마는 학교를 자퇴하고 작은 월세방을 얻어 저를 낳아 키우셨죠.
“오빠 지금 어디야?”
“나 한 끼도 못 먹었어.”
“ 빨리 들어와”
“ 오빠 오늘은 꼭 들어올 거지 믿는다.”
“ 우리 딸도 아빠 보고 싶대.”
하지만 우리 아빠는 너무 어렸기에 이런 엄마가 귀찮고 싫어서 아예 잠수를 타버렸대요.
“엄마 이런 일로 전화해서 미안.”
“ 나 쌀이 떨어졌어.”
“ 아휴 더 필요한 건 없니? 엄마가 그놈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생활비 보태줄게.”
엄마는 친정에서 생활비를 조금 받아 저를 키우셨어요. 그래서 저희 집엔 흔한 카메라도 하나 없었죠.

“아이 우리 아기 이쁜 짓 하는 거 봐~너무~ 예쁘다.”
“지금 모습 눈에 영원히 닮고 싶은데 어떡하지?”
우리 엄마는 제 어릴 때 모습을 어떻게라도 남겨놓고 싶으셨대요 그래서 거의 매일 모나미 볼펜과 색연필을 이용해서 저를 그리셨죠.

“ 와 완성이다.”
“어쩜 똑같네.”
근데 그림을 잘 그리시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자라서 초등학교 6학년 학년이 되었을 때 같은 반 친구들을 우리 집에 데려와 논 적이 있었죠.
“우와 아니 왜 너네 집 진짜 좁다!”
“다 합쳐도 우리 집 안방만 해~”
“야 그러지 말고 내 방에서 빨리 놀자.”
“응응~ 근데 이 책꽂이 이거 뭐야?”
“얘 앨범인가 봐”
“야 우리 얼른 보자 야 이거 뭐야? 사진인 줄 알았더니, 다. 그림이잖아.”
“ 이건 너 어렸을 때야?”
“ 보지 마”
“너 근데 왜 사진관 갈 돈도 없었어?”
“ 왜 다 그림뿐이야?”
“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저는 친구들에게 창피해서 엄마가 저 어릴 때 그린 그림을 전부 찢어버렸어요.
“그거 너네 엄마가 직접 그리신 거 아니야?”
“그렇다고 그걸 왜 찢어?”
“ 신경 쓰지 마! 이거 그냥 쓰레기야!”
그런데 그날 밤 “우리딸 엄마 왔다 밥 먹었어?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엄마는 찢어진 앨범을 발견하고선 곧 울기 시작하셨어요.

“엄마 미안 아니 친구들이 놀려서~” 다음날 엄마는…
“ 응 엄마 벌써 일어났어?”
거실에서 엄마는 등이 하염없이 굽은 채로 쓰레기통 안에 그림 조각을 이어 붙이고 계셨어요.
“딸 부끄럽게 해서 엄마가 미안 근데 이건 엄마 보물이야.”
“ 엄마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미안해 엄마 네가 잘못했어.”
전 따뜻한 엄마 말투 때문인지 엄마 보기가 미안해서인지 두 볼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습니다.

성인이 된 저는 사진작가가 되었어요.
“짜잔 엄마 따끈따끈 퇴근한 6월 달 앨범이 나왔어요.” 그리고 엄마에게 매달 한 권의 앨범을 만들어 드리고 있죠.
“우와 ~우리 딸 솜씨 좋다. 어떻게 모델보다 더 이쁘게 찍어놨냐.”
“ 무슨 엄마 보물 책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지 뭐 근데 엄마는 어떻게 그림으로 내 특징들을 잘 담을 수가 있었을까?”
“그거야 우리 딸을 사랑하니까.” 이번엔는 제가 엄마에게 보물책을 선물해 드릴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