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생신을 맞이해서 시댁에 도착했는데요. 도착한 지 30분쯤이 지났을 무렵 형님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동서 혹시 도착했어?”
” 네 형님이랑 아주버님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 그럼 시부모님 모시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우리가 식당 예약했으니까. 바로 가면 될 거 같거든.”
“알겠어요. 두 분 모시고 내려갈게요.” 전화를 끊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요. 멀리서 유난히도 반짝이는 차 한 대가 보였고 형님과 아주버님이 선글라스까지 맞춰 쓰고는 차에 기댄 채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우리 차로 가시죠.”
“니들 차 바꿨니? 근데 이 차 외제 차 아니니?”
“역시 우리 어머님 안목이 뛰어나시다니까요?”
“벤츠 삼각별 엄청 멋지죠. 이번에 한 대 뽑았어요.” 형님이 애정 어린 눈빛으로 차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하지만 시어머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져 있었는데요. 잠시 동안 차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시어머님이 두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니들이 돈이 어딨 다고 이런 차를 샀어? 이 차 엄청 비싼 거 아니 아니야. “
“네 1억이 좀 넘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비싼 차를 대체 어떻게 샀냐고 니들 혹시 무슨 이상한 일을 하고 다니는 거니?” 그쯤에서 시어머님의 표정이 말이 아니었는데요.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두 사람의 월급으로는 그런 차는 꿈도 꿀 수가 없었거든요. 대체 무슨 돈으로 차를 산 건지 궁금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싱글벙글 대며 미소를 감추지 않았어요. 시어머님이 정색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니깐 대체 무슨 돈으로 이 비싼 차를 샀냐고?”
“어머님 정정당당하게 번 돈이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차에 타시기나 하세요. 식당 가서 다 말씀드릴게요.”
“아니다. 난 둘째네 차 타고 가련다.”
“네 이렇게 좋은 차를 들고 뭐 하러 저런 경차를 타고 가세요. 어머님 연세에 저런 차 뒤에서 내리면 사람들이 우습게 봐요.”

“그나저나 동서네는 차 안 바꿔 덤프트럭 옆이 쌩하고 지나가면 차 흔들리지 그러니까 차 좀 바꿔 이런 위험한 차에 어머님 모실 생각하지 말고.”
“어머님 언제 이런 삼각별차 한번 타보겠어요. 얼른 타세요. 아버님은 벌써 타셨단 말이에요. “
“아니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다른 걸 먹으면 탈라기이 마련이야. 난 둘째는 차가 더 편하고 좋다. 그러니까 네 시아버지만 모시고 가.”
‘암튼 어머니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그럼 이따가 식당에서 봬요.” 형님과 아주버님이 시아버님을 모시고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었어요. 시야에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시어머님이 우리 차에 올라타면서 조용히 입을 뗐습니다.
“쟤들 뭔 거 이상하지 않니?”
“차요 글쎄요 돈이 있으니까. 산 거 아닐까요? 오늘 형님이랑 아주버님이 입은 옷도 엄청 비싸 보이던데 혹시 로또라도 당첨된 건가?”
“뭐 옷도 비싼 것들이야?”
“네 시계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엄청 비싼 거 같던데요.”
“저것들이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시어머님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었는데요. 평소 형님과 아주버님은 중견기업을 다니긴 했지만, 그런 비싼 차를 살 만큼 부자는 아니었으니까요?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내내 양미관을 잔뜩 찌푸린 채 시어머님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식당에 도착을 했고 형님이 시아버님에게 물었어요.
“아버님 어때요? 차 정말 좋죠. “
“그럼 좋고 말고 내가 네 덕분에 이런 좋은 차를 다 타보는구나.”
“네 제가 앞으로 드라이브 자주 시켜드리겠습니다.” 시아버님이 싱글벙글 좋아하는 모습에 형님의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님은 여전히 의심 가득한 표정이었고 자리에 앉자마자 시어머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니들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해봐~ 대체 그런 비싼 차를 어떻게 산 거야? 혹시 로또라도 당첨된 거야.”
“로또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
“뭐 그런 거 같기도 하다니 니들 대체 뭔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순간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채 시어머님이 버럭하고 말았습니다.
“엄마 좋은 날에 왜 화를 내고 그래.”
“한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더니만 갑자기 저런 비싼 차를 타고 나타났는데 내가 지금 화를 안 내게 생겼어 네들 대체 몇 달 동안 연락도 안 받고 뭐 하고 지낸 거야.?”시어머님이 계속해서 물아 붙이자 형님이 대답을 했습니다.

“어머님 화내지 마세요. 그동안 바빠서 그랬어요.”
“그니까 뭐가 그렇게 바빠서 연락도 안 되고 그랬냐고?”
“사실 제가 회사 그만뒀거든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을 했는데요. 형님의 말을 듣던 시어머님이 뒷목을 잡았습니다.
“뭐? 회사를 그만뒀어 회사까지 그만뒀는데 저런 비싼 차로 샀단 말이야?”
” 어머님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우리가 주식 투자 투자를 좀 했는데 그게 좀 잘됐어요.”
“주식 투자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난 살면서 주식 투자해서 잘됐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진짜예요. 그래서 회사 관두고 전업 투자자로 뛰어들었어요. 근데 지금까지 수익이 어마어마해요. 이런데 회사는 뭐 하러 다니겠어요.”
“컴퓨터 앞에서 슬슬 커피나 마시면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수백만 원이 들어오는데요. 이건 회사 다니는 거랑은 비교가 안 돼요. 저한테 이런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줄 이제 알았다니까요? “
“그러다 쫄딱 망하기라도 면 어쩌려고 그러니.. 내가 니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
“지금 아주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우선 식사부터 해요.” 형님이 여유 만만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시어머님은 얼마 드시지도 못한 채 젓가락을 내려놓는 모습이었어요. 그 모습에 제가 시어머님에게 말했습니다.
‘어머님 회 좋아하시잖아요. 왜 그만두세요.”

“입맛이 하나도 없어 그냥 둘째네처럼 성실하게 회사 다니면 좀 좋아.” 시어머님이 다시 형님과 아주버님을 나무라고 있었는데요. 형님이 우리 부부를 보며 비웃듯 물었습니다.
“동서 아직도 매달 적금 들어가고 있는 거야?”
” 네 저는 주식 투자 그런 건 어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냥 적금 넣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해서요.”그런데 제 말이 끝나자마자 형님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어요.
“동서가 그러니까 그렇게 진자리 궁상으로 사는 거야. 나를 좀 봐봐 나는 회사 다니면서도 이 주식 투자에 대해 엄청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처럼 그럼 외제차 타고 다니잖아.”
“동서처럼 그렇게 넉 놓고 있으면 평생 지지리 궁상으로 살 수밖에 없는 거야. 지금도 봐봐 동서랑 서방이 나이가 30대인데 차가 모닝이 웬 말이야. 그것도 중고로 거기다 백 말이야. 그거 들고 다니면 창피하지 않아!”
“왜요 이 백이 편하고 아주 좋은걸요 그리고 경차 타면 혜택이 엄청 많아요. 보험증도 할인받죠. 고속도로 통행료도 50프로 할인받죠. 혜택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전 너무 만족하고 있는걸요.”

“동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격이라는 걸 갖춰야 하는데 동서는 너무 격 들어지게 보인다니까. 우리 집에 내가 예전에 들고 다니던 거 몇 개 있는데, 그거라도 좀 줄까?”
“아니에요. 저는 진짜 괜찮아요.” 제가 손사래를 치고 있자 형님이 우리 남편에게 핀잔을 줬습니다.
“서방님도 그래요. 동서가 저렇게 추리하게 하고 다니면 서방님이라도 말렸어야지 똑같이 그러면 어떡해요. “
“이 사람이 방금 말했듯이 우리는 지금 삶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남편이 기분 나쁜 투로 말하고 있었는데요. 뒤에도 형님은 자기 자랑하기 바빠 보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어머님의 얼굴은 더욱 굳어져 가고 있었고요. 식사를 하는 내내 한심하다는 투로 형님이 저를 어찌나 몰아붙이던지 입맛이 떨어진 채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어요. 그 뒤 형님은 휴대폰으로 주식 수익률까지 보여주면서 내내 자랑을 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어요.
그렇게 시어머님과 우리 부부는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다시 시댁으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후 시아버님과 형님네 부부도 집으로 들어왔지만 시어머님은 그저 시큰둥한 얼굴로 본 척만 척할 뿐이었어요. 그런 와중에도 형님이 꿋꿋하게 말을 했고요.
“어머님 생신이신데, 생신 축하 노래는 불러야죠.”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걸 뭐 하려 해 만사 귀찮으니까. 그냥 하지 마라.”
“아니죠. 그럴수록 더욱 챙겨야 하는 거죠. 동서 식탁에 케이크 있으니까. 가서 세팅 좀 해서 가지고 와봐 케익 호텔에서 예약 주문한 거라 무진장 비싼 거니까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고..”
“호텔이요? 그럼.” 제가 놀란 채 묻고 있었는데요. 시어머님이 다시 양미관을 찌푸리며 형님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비싼 건데 그래?”
“어머님 생신이신데, 아무 케이크이나 사면 안 되죠. “
“그래서 얼마에 샀냐고 놀라지 마세요. 케이크이래 봬도10만 원이 넘는 케이크이에요.”형님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시어머님께 말을 했는데요. 시어머님이 다시 뒷목을 잡았기에 제가 놀란 채 물었습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 가서 시원한 물 한 잔 가져왔다오!” 제가 물 한 컵을 들고 시어머님께 가져다 드렸는데요.. 물을 단숨에 비운 시어머님이 형님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니들 대체 왜 이러는 거니 우리가 무슨 재벌집도 아니고 무슨 케이크를 호텔에서 사고 난리니 이 앞 동네 빵집에 이만 원짜리 생크림 케이크도 만 안 좋던데 왜 그런데 돈을 쓰고 난리냔 말이야. “
“어머님 호텔 케이크 하고 그런 케익하고 비교를 하면 안 되죠. 어머님이 안 드셔봐서 그런 거지 호텔 케이크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니까요? “
“동서 뭐 하고 있어 가서 세팅해 오라니까 알겠어요.” 제가 케이크를 세팅해서 가지고 왔고 형님과 아주버님이 신나서 생신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형님이 제게 다시 명령하듯 말했어요.
“가서 접시랑 포크도 가지고 와봐.” 형님의 말에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접시와 포크를 거실 탁자에 세팅했는데요. 형님이 또다시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동서도 호텔 케이크는 처음이지?”

“네, 그렇죠.”
“하긴 동서처럼 지지리 궁상이 이런 걸 먹어봤을 리가 없겠지.” 형님이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기에 내내 남편 표정이 심상치 않았고 결국 남편 형님에게 쓴소리를 했습니다.
“형수님 오늘 엄마 생신이라 계속 참고 있었는데,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예 제가 뭘요?”
“지지리 궁상이라니요. 그 부분 사과해 주세요.”.” 남편이 정색한 채 노려보고 있었기에 형님이 억지로 사과를 하는 모습이었어요.
“동서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그래도 나같이 잘 나간 형님 덕분에 이런 케이크도 먹어보고 고맙긴 한 거지.”
“네, 그렇긴 하네요.”
“그럼 쿨하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해줄 수 있는 거잖아.” 아마도 형님은 제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았어요. 제가 감사하다는 말을 하자. 그제야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케이크를 먹던 형님이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쇼핑백에서 뭔가를 꺼내 왔는데요. 화려한 비누 장미가 들어 있는 박스였고 그 위의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에게 드립니다라는 엽서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형님이 박스를 시어머님께 건네며 말했어요.
“어머님 위에 엽서같이 생긴 종이 그거 한번 들어보세요. “
“이게 뭔데?”
“한번 들어보시라니까요? “형님의 말에 시어머님이 엽서를 위로 치켜들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는데요. 상자 안에서 5만 원 건이 끝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서 어요. 바람에 시어머님이 자리에서 일어난 채 계속 끌어당기고 있었는데요. 옆에 있던 시아버님 입이 귀에 걸린 채 시어머님을 밀치며 말했습니다.
“저기 비켜봐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다 하겠어 근데 이거 진짜 돈인 거니? 무슨 돈이 계속 올라오네.” 시아버님이 계속해서 끌어당겼고 5만 원 건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그 바람에 시아버님이 덩실덩실 춤까지 추면서 좋아했고 평소 시아버님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반려견 만두도 온 힘을 다해 꼬리 흔들며 펄쩍펄쩍 뛰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순간 시어머님이 혀를 차며 조용히 중얼거렸어요.
“이건 뭐 개판 5분 전이네.. 만두 저건 뭘 안다고 저러는 거야? 쟤 혹시 돈이 뭔지 아는 거 아니니 쟤가 뭘 안다고 저렇게 꼬리를 흔들어대고 난리야 하는 짓이 완전 사람이네 사람이야!”시어머님이 감탄을 했는데 뒤에도 시아버님과 만두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형님이 제에게 다시 말을 했어요.
“동서는 생신 선물로 뭘 준비한 거야?”
“저희는 30만 원 준비했어요.”
“뭐~ 꼴랑 30만 원 그래도 둘이 맞벌이하는데 그거밖에 안 했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시부모님께 너무 박한 거 아니야?”
” 동서네가 구질구질하게 사는 건 뭐 그렇다 쳐도 시부모님께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형님이 어이없다는 듯이 제게 퍼붓고 있었습니다. 물론 30만 원이 큰돈이 아니라는 건 저도 잘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양가 도움 없이 결혼을 했고 전세도 대출을 받아서 들어갔었기에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허리띠를 졸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가 부모님도 그런 우리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고요. 제가 정말 기가 막혔던 것이 그전에는 형님네가 시부모님 생신 선물로 10만 원도 드리기가 힘들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식으로 부자가 됐다고 대놓고 사람을 혐하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 뒤에도 형님은 SNS의 주식이 대박 났다고 자주 자랑을 했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자주 보다 보니 부러운 마음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노력한다고 해서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저는 적금을 들고 여전히 경차를 타고 다니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나 지났을까요? 날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나고 말았답니다. 그날은 주말이라 늦잠을 자고 있었는데요. 난데없이 초인종이 울려댔습니다.
잠결에 시계를 보니 8시가 조금 지나 있었고,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 왔는데요. 그 시간에 불쑥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제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인터폰을 확인하자 밖에 시어머님이 서 계신 게 아니겠어요.
놀란 채 급히 문을 열었고 시어머님이 비틀거린 채 집 안으로 들어오셨어요.
“어머님 무슨 일이세요? 여보 좀 나와봐.” 제가 놀란 채 급히 남편을 불렀고 남편이 방에서 뛰어나왔습니다.
‘엄마가 연락도 없이 아침부터 웬일이야!”
“나 여기서 좀 쉬다 가도 되겠니?”

“그럼요 어머님 제가 작은 방에 이불 준비해 놓을게요.”제가 급히 작은 방에 이불을 깔아드렸는데요. 그곳에서 시어머님이 몇 시간이나 주무셨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의 시아버님께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고 그렇게 네 시간쯤이 지났고 그제야 잠에서 깬 시어머님이 거실로 나왔습니다.
“어머님 괜찮으신 거예요?”
” 내가 지금 괜찮을 수가 있겠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니들 형 부부가 결국 사고를 쳤지 뭐니!” 시어머님이 눈물까지 흘리며 손을 덜덜 떨었습니다.
그리고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는데요.
“니들 형부부가 주식으로 꽤 많이 벌었다고 했잖니 근데 주식을 팔아야만 내 돈이 되는 거라면서..”
“그렇죠. 팔기 전엔 아무리 올라도 내 돈이 아닌 거죠. 근데 그게 왜요?”
“근데 멍청이들이 주식을 팔지도 않고 그동안 난리를 피우고 돌아다닌 모양이야.”
“더 오를 것 같으니까. 아직 팔지 않은 거 아닐까요? 형님 주식 엄청 잘하는 거 같던데 다 이유가 있겠죠.”
“최근에 형님이 SNS에 집도 샀다고 자랑까지 했는걸요.”
“그 미친 것들이 뭐더라 하푸어 그리고 뭐 하우스푸어 그런 거라잖니 외제차도 풀 할부라나 뭐라나 그러고 집도 영 끌여서 사서 대출이 어마어마하다잖니.”
“그래도 올랐으면 다행이죠. 뭐 지금이라도 팔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시어머님이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계셨기에 제가 최선을 다해 위로해드리고 있었는데요. 중간 시어머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팔긴 어떻게 팔아 자고 일어나면30프로씩 떨어져서 팔지도 못했다는데..”
“네 진작에 안 팔고 뭐 했대요?”

“그러니까 정신이 나가도 보통 나간 게 아니라는 거야. 쟤들로 어쩌면 좋다니..”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요?”
“말도 마라 어제는 거짓 고르라고 집에 왔길래 물어봤더니, 곳 집도 경매로 넘어갈 거라고 하잖니..”
“네? 경매로요.” 그럼 빨리 차도 처분하고 명품백 그런 것도 다 처분해야죠.”
“지금 차도 큰일이야 차를 살 때도 풀할부인가 뭔가로 지 돈 하나도 안 들이고 샀다가 지금 할부도 못 갖고 연체됐어 매일같이 빛 독촉에 시달린다고 하더구나.”
“차를 팔려고 내놨는데도 차를 팔아도 돈 못 갚는다고 하잖니 그렇게 거지꼴을 하고도 집으로 왔더구나.”
“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데요?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정말 센 거지가 된 거지..”
“내가 연병을 떨고 돌아다닐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그럼 시댁에서 산다는 거예요?”
“그럼 어쩌겠니 오갈 데가 없다고 하는데, 내가 저것들 때문에 제 명에 못 산다.”
“네들도 알다시피 만두가 작은 방을 유난히 좋아하잖니 근데 방법이 없으니까. 내가 방을 내줬는데 만두도 지 방을 뺏겼다고 화가 잔뜩 났는지 그것들한테 짖어대고 완전 개판 5분 전이라니까.”
시어머님의 말을 들으면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는데요. 사고를 쳐도 단단히 친 모양이었습니다. 그 뒤 형님네는 시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구박이랑 구박은 다 받고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후 꽤 괜찮은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들어갔고 조금 더 큰 차로 바꿀 수가 있었어요. 나름 열심히 모아서 가능했거든요. 어느 날은 시댁에 갔더니, 차를 바꾼 걸 알게 된 형님이 놀라서 물었어요.
“동서 중형차 샀다며 그것도 꽤 비싸지 않아?”

“그동안 차 사려고 열심히 모았거든요.” 제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말았는데요. 순간 형님 입에서 기가 막힌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근데 말이야. 경차는 어떻게 한 거야.”
“경차요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까? 해요.”
“그래 그럼 차 나한테 주면 안 될까? 가족 좋다는 게 뭐야?”
“그냥 좀 줘라~”
“당연히 안되죠. 경철아 바람 불면 날아갈 텐데 그럼 큰일이잖아요. “문득 예전에 형님이 했던 말들이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동서 그땐 내가 미안했어. 사실 말이야. 어머님이 생활비 안 낸다고 너무 구박을 해서 배달 일을 하려고 하거든.” 형님이 거의 빌다시피 하는 모습에 차를 주기로 했습니다.
형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입에 풀칠은 해야 했기에 준가나 다름이 없었어요. 아주버님도 월급 사업이 들어와서 회사를 그만뒀거든요. 뒤 아주버님은 택배 물류 창고 같은 데서 일을 하고 있었고, 형님은 배송 일을 시작했는데요. 얼마 전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많이 보던 경차 한 대가 서 있어서 유심히 봤더니, 예전 제 자동차였습니다.
형님이 작은 차에 배달 물건을 꽉 채우고 배달 길의 물건을 찾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어요. 그새 얼굴이 많이 상한 듯해 보였고요. 거기다 여전히 시어머님의 구박이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멘털이 강해서 나름 잘 버티고 있답니다. 거기다 만두까지 가세해서 두 사람에게 허구한 날 짖어대는 모습에 사람 인생 참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답니다.
형님과 아주버님이 부디 정신 차리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