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후반의 여성으로,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후 어머니와 따로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예전부터 가난했습니다. 어머니는 건물 청소부로 일하셔서 저희를 키우셨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남겨주신 땅이 재개발되면서 갑자기 부자가 되셨지만, 그 돈으로 저희에게 도움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어머니와 다투시다가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기대하셨던 것 같은데, 아버지가 한푼도 주지 않으시자 실망하시고 슬퍼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위로해주기 위해 저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숨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밤에 신호를 기다리시던 중 졸음 운전을 하던 덤프트럭이 아버지의 차를 그대로 옆으로 박아서 밀어버렸고 그대로 사망하시게 되었습니다.
장례식 때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아버지께 못해드린 것만 자꾸 생각이 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이라도 한번 더 같이 가는 건데… 하며 후회만 밀려왔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장례식 때부터 조금 이상했습니다. 웃고 계신 표정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슬퍼보이시는 것도 아니였습니다. 다른 손님분들이 많으니 감정을 참는 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이 끝나자 본색을 드러내셨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저에게 계속해서 물어보시고, “혹시 아버지 재산은 어느 정도 있는지 아냐” 등 계속해서 재산에 대해 물어왔습니다. 혼자서 변호사분들께 재산상속에 대해 물어보는 전화도 들었습니다.

재산 상속도 중요한 문제지만 이제서야 아버지를 보내드렸는데…장례식 끝나자마자 저러는 건 정말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그때 한 변호사가 저와 어머니를 찾아왔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재산 상속에 대한 유서를 남겼다면서요. 알고보니 아버지는 재산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을 대비해 재산에 대한 유서를 미리 써두셨다고 해요.

그렇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먹고 살 1억만 남겨준 뒤 집을 포함한 모든 재산은 저에게 상속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염치없이 어떻게 아버지 재산을 제가 다 가질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께 아버지의 아파트를 팔면 어느 정도 돈이 될테니 이 아파트를 팔고 그 돈을 드린다고 했죠.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마음이 상하셨는지 됐다며 “너가 아버지에게 뭔짓을 해서 돈을 다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꼴도 보기 싫으니 연락도 하지 마”라고 하시며 휙 가버리셨습니다.
30년동안 부모 자식으로 지냈는데…고작 돈 때문에 이렇게 연을 끊으신 어머니께 서운했지만 평생 돈에게 시달려오셨던 분이시기에 이해는 됐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집을 제가 팔고 어머니께 돈을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죠.
저는 부동산에 전화해 아버지의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집을 팔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전화가 왔습니다.
집을 보러오신 분이 있어서 집을 보러갔는데 집 비밀번호가 바뀌어있었다면서요. 그리고는 무슨 사람소리인지 티비소리인지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고 말씀 해주시더라구요.
저는 그럴리가 없다고 거긴 이미 빈집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직접 와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해 바로 그 아파트로 부리나케 가봤습니다.
정말 도어락 비밀번호가 제가 모르는 사이 바뀌어 있었습니다.그래서 열쇠방에 연락해 문을 강제로 열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파트 경비원이 오더니 문앞을 막아서며 거기 들어가시면 안된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저희집 문을 열겠다는데 아파트 경비원이 막아서다니요. 그래서 저희집인데 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지만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고 우기며 저를 끝까지 말렸습니다.
그래서 대체 왜이러냐고 계속해서 따져묻자 “사실은 제가 몇일 전부터 거기에 아무도 안사는 것 같길래 휴식처로 사용했다”고 실토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한번만 봐줄테니 다시는 이런일 없도록 하라고 했죠. 그리고 당장 문 열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지 않더라구요.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일이 있나 싶어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오시고 법적으로 저희 집이라고 말씀드린 뒤 문을 강제로 열었습니다.
그러자 집 안 싱크대에는 미처 씻지 못한 식기와 널부러진 옷들까지…정말 누군가 살고 있었던 것 같은 냄새까지 났습니다. 여러 살고있던 흔적때문에 경비원이 못들어가게 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아직 치우지 못했던 아버지의 짐을 상자에 챙기고 있었습니다. 옷과 책을 챙긴 뒤 책상을 정리하는데 책상 서랍 구석에 있던 아버지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편지 봉투에 제 이름이 있는 것을 보니 저에게 쓰신 편지 인 것 같았습니다.
이 편지는 나의 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다. 나는 너에게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말하고 싶다.

네가 알고 있는 네 엄마는 네 친엄마가 아니다. 네 친엄마는 너를 낳고 곧 세상을 떠났다. 나는 너를 혼자 키우기 힘들어서 재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나의 돈만 바라보고 다른 남자와 불륜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내가 살던 아파트의 경비원이었다. 그들은 나를 죽이려고 계획까지 세웠다. 나는 그들의 음모를 알아내서 이혼을 하려고 했지만, 그 여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집을 떠나서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위험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편지를 썼다.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 너에게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미안하다. 너를 사랑한다, 딸아…
저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달 전이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서랍에서 한 편의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편지에는 그들이 어떻게 아버지를 살해한 것인지, 어떻게 저를 속였는지가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읽고 마치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동안 이상했던 점들이 퍼즐처럼 맞춰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편지를 가지고 바로 경찰서로 갔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계획적인 살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저의 요청에 따라 재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재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어머니와 그 남자의 통화내역과 계좌 이체 내역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아버지를 치었던 덤프트럭 기사에게 돈을 주고 살인을 의뢰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진실을 알게 되어서 정말 끔찍하고 슬펐습니다.
오늘은 길고 길었던 재판이 끝나는 날입니다. 법정에서 저는 어머니와 내연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결국 살인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습니다. 저는 오직 아버지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께서 하늘에서 드디어 편안해 지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갈 것입니다.